[목소리를 드릴게요] 독서 후기

2023. 3. 15. 23:19후기/책

728x90

[2023.03.12-14]

별점 ★


읽게 된 계기

 

정세랑 작가의 작품들은 자주 들리고 보인다. 

올해 들어서 소설을 하나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칸에 가서 아는 소설 한 권을 빌리려고 들어섰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있어서 빌려왔다.

 

책의 내용

 

정세랑 작가의 단편 8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이다. 

 

-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
- 11분의 1
- 리셋
- 모조 지구 혁명기
- 리틀 베이비블루 필
- 목소리를 드릴게요
- 7교시
-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이렇게 수록되어있다. 

짧은 단편도 있고, 길이는 제각각이다.

대부분 SF적인 요소가 있으며,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미래'를 상상하는 정세랑 작가의 태도가 엿보이는 단편들이다.

 

후기

 

솔직히, 가장 첫 단편인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은 정말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서두를 장식하기에는 부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처음이 재밌어야 계속 읽을텐데... 하는 마음에서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목소리를 드릴게요>이다. 

여기에는 '일목인'이라는 부류의 사람들이 나오는데, 나는 이 사람들이 '오타쿠'로 읽혀서 친근감이 들었다.

'구울'의 존재도 꽤나.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꽤 차분한 사랑이야기였다. 

마치 인어공주의 대사로 느껴지기 때문에, 목소리를 드릴게요, 하고 말하는 발화자의 성별은 마치 여성으로 느껴지지만

이 소설에서 목소리를 대가로 사랑에 한 발작 나아가려는 인물은 남성이다. 

 

사회를 저해하는 능력을 가졌기에 가둬진 주인공은 목소리를 잃고 자유를 얻을 것인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모든 걸 제공해주려하는 수용소에서 승균은 딱히 성대제거술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연선이라는 이가 수용소에 오게 되는데, 자신은 능력이 없다 말하지만 

살펴봐야 한다며 함께 가둬진다. 하지만 이내 수용소 내의 다른 이의 능력에 영향을 받아 '일반인'임이 증명되며,

수용소의 다른 인물들의 협력으로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수용소에서 연선과 승균이 나눈 교감은, 

승균이 목소리를 포기하고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격정적인 스토리가 없지만, 그래서 좋다.

분량이 그래도 있는 편이라 등장인물에 조금 더 정이 들기도 하고, 

구울이나, 설정도 재미있고, 상상만 해왔던 '모든 걸 제공해 주는 수용소'도 재미있었다.

연대하는 것도 좋고...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역시 '노래방 기계' 

노래방 기계는 역시 가장 한국스럽지 않나.

 

이런 맛에 국내 소설을 읽는 거지 싶기도 했다.

 

미싱 핑거~는 이해 가지 않았지만 등장인물의 키워드가 분명해서 기억에 남고, 11분의 1과 7교시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

 

<모조 지구 혁명기>에서는 천사의 성별이 드러나지 않은 게 재미있었다. 

처음엔 여성으로 생각했으나, 

등이 무겁다고 힘들어한 걸 보면 앞은 안 무거운가보다... 싶어서 왠지 남성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리틀 베이비블루 필>은 너무 현실감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재밌었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개발된 '기억력 증진'효과가 있는 알약이 

결국 한국에서는 '시험 대비용'으로 오용되고, 

그러다가 점점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고, 

부작용은 한참 후에야 나타나는.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는 좀비 묘사가 잔인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주인공이 꼭 살아남길 바랐으나 그러지 못해서 좀 슬펐다. 

 

 

사족

이 책은 치앙마이에도 가져갔는데, 치앙마이 가는 비행기 안에서 엄마가 심심한 기색이라 이 책을 드렸다.

단편집인 걸 모르셔서,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신 줄 알았는데 

초반의 이야기들이 그리 친절한 이야기가 아니란 걸 후에 알았다. 

 

272페이지 소설을 2시간 30분 동안 읽었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문장은 없었는데, 천천히 읽었던 걸로 알면 되겠다.

 

정세랑 작가의 작품들을 여러 개 모아보게 되니, 이 작가의 세계관이 확 느껴졌다. 

대부분 닳고 닳은 지구를 배경으로 하더라.


「사랑에 쓰일 수 있는 물건은 다른 잔인한 것에도 쓰일 수 있기 마련이다.

- 리틀 베이비블루 필 中」

 

「"하지만 그전에는 이렇지 않았나요? 그 조그만 알약 전에는요? 끔찍한 일들이 없었다고 말해봐요. 그때도 사람들은 이 모든 참혹을 다 잊지 않았나요?"

- 리틀 베이비블루 필 中

 

「완벽한 풍경이었다. 하루를 더 살아남는다 해도, 그 풍경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다시는 내다보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런 완결성이 사람에겐 필요한 것이다.

-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中」


 

《나는 배낭에 들어 있던 은박 담요를 덮고 잠들며 가끔 웃는다. 내가 죽고 다른 모든 것들이 살아날 거란 기쁨에. 기이한 종류의 경배감에.

- 리셋 中》

728x90

'후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독서 후기  (0) 2023.03.25
[국가론] 독서 후기  (0) 2023.03.17
[다정함의 과학] 독서 후기  (0) 2023.03.15
[자유론] 독서 후기  (0) 2023.03.10
[무관심의 시대] 독서 후기  (0) 202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