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북] 자첫자막 (2021)

2021. 8. 21. 13:30후기/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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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0 PM 07:00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별점 ★★★★★+★


보게 된 계기

3년 전, 뮤지컬을 잘 보지 않았던 시절에 레드북 초연이 있었다. 그때 나는 전혀 몰랐던 뮤지컬이 레드북.

그 당시 친구가 자기가 보고싶은 뮤지컬이 있는데, 자기 생일에 같이 봐줄 수 있냐고 하기에 오케이 하고, 무슨 뮤지컬인가 시놉을 봤었다. 시놉이 흥미로워서 더 좋았었고, 그날 보고 나와서 진짜... 감동받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은 뮤지컬이라고 처음 생각이 들었던 뮤지컬이다. 

 

그런데 이번에 재연이 온다고 했고, 그것도 좋았는데 내가 최근에 반했던 차지연 배우도 있어서 꼭 차안나 봐야지!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차안나는 못사가 되었다.

 

그래도 클린안나도 봐야지!! 싶었는데 이번에 막공 얼마 안 남았고... 

3년 전에 나도 이걸 처음 보고 아 이거 엄마랑 봐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오면 꼭 엄마랑 보려고 했는데!!! 다음 주면 끝이라서 부랴부랴 찾아보니 마침 타임세일까지 하고 있었다.

얼마 안 남은 자리이지만 예매를 했고, 며칠 지나니 남은 좌석까지 전석 매진.

정말 아슬아슬 세이프였다...

 

원래는 엄마랑 연석으로 보려고 잡아놨는데, 

아빠한테 말했더니 자기는 안 보냐고 물어봐서 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이거 3인 이상 예매 못한다고... 2매까지만 돼가지고 

아빠 가려면 아빠 가입해서 예매해야 한다 그러고 튕겼는데 

아빠도 보면 좋을 거 같고 내심 속상해할 거 같기도 하고 

아빠가 혜화에서 뮤지컬 같이 보자고 한 적 있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티링에서 2장, 인터파크에서 1장 해서 예매를 했다!

엄빠를 더 앞자리인 연석에 보내고 나는 저렴하고 혼자 떨어진 뒷자리에서

보는 걸로 ㅎㅎㅎㅎ 

 

대극장이고 맨 뒤라서 관크 있을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극장에서의 일

우선 홍아센은 처음 갔는데! 

알고 보니 내가 예전에 미리 댕로 갔다가 

스타벅스 간다고 뭐... 왜 거기까지 갔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브리또 먹으러 갔을 듯? 암튼 거기에 딸려있는 스벅에 갔어서 

와 본 적 있는 건물이었다 ㅋㅋㅋㅋㅋ

 

한 20분쯤에 도착을 했고 

들어가서 엄마 사진도 찍어주고 표도 수령하고 

엠디도 사고 싶었지만 거의 다 품절이라...

특히 내가 갖고 싶던 건 안나의 타자기 뱃지인데 ㅠ 품절된 지 좀 됐고 

그다음에 사려고 한 건 안나의 이야기 키링...인데... 그거는 어제 품절됨

진짜 눈물 난다 ㅎㅎㅎㅎ

 

아무튼 아빠 기다렸다가 다 같이 문진표 작성하고 올라가서 

조그만 캐스팅보드 또 찍고 장실 갔다가 들어감!

 

우리 엄마 아빠는 이미 관극 예절 내가 다 주입시켜놓은 데다

대극장이면 진짜 우리 엄빠는 편하게 봐도 관크 아니기 때문에..

왜냐면 주변 사람들 관크에 오히려 우리 엄빠가 당하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다!! 

내용

당당하고 솔직한 사람인 안나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막힌 장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말하는' 이야기. 

그의 인생에는 그 혼자만이 아니라, 

그와 같이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고 외면하지 않고 즐기고,

그리고 안나가 처한 곤경을 외면하지 않고 

다 같이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내 기억에 남은 것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선 3년 전에도 생각이 많아졌던 장면이다.

안나의 레드북에 반대하고, 여성 작가를 반대하는 시위가 이루어질 때

그 운동을 펼치는 자들은 성별이 없었다. 

남자고 여자고 상관없이, 여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은 예전에도 안타까웠고

현실의 모습이 보이니 더 안타까웠다. 

 

그리고 로렐라이의 캐릭터성. 

로렐라이의 사랑에 대해서 예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 사연이 참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리고 세정 안나(클린안나)가  너무 잘한다. 

솔직히 말해서 적당히 잘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잘함.

대사도 한 번 안 절고, 넘버 소화도 기깔나게 하고

우선 대사가 정말 깨끗하게 들린다. 

발음이 좋고, 감정도 좋고 

동작도 잘 소화해서 진짜 최고의 안나였다.

세정이는... 안나다..

 

서경수 배우는 위키드에서 봤던 배우인데 

대사를 한 번 살짝 절어서 아쉬웠다.

 

원종환 배우의 존슨이 (더럽다고) 이야기가 많아서 

기대했는데 나는 별 생각이 없다 그냥 잘하셨을 뿐!! ㅋㅋㅋㅋ

(안산 선수도 싫어하는 존슨...)

 

물론 좋아할 수가 없는 악역의 하찮은 캐릭터이긴 한데 ㅋㅋㅋㅋ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나 왜 이제 봤지 

클린안나로 한 번 더 보고 싶다 

왜..... 왜 3년 전에 좋아했으면서 이제야 봤는지 아쉽다 

 

그리고 이거 진짜로, 엄마 취향이었다 

1막 끝나자마자 나오면서 

엄마가 되게 기분 좋은 웃음으로 ㅋㅋㅋㅋ

"진짜 잘한다, 재밌다!" 

라고 그랬다.

 

저번에 위키드도 세 명이 같이 보러 갔는데 

그때는 음향도 안 좋고 

미리 영화도 보고 간 건데도 스토리가 별 생각이 없어서 

다들 그냥 음~ 봤다~ 이러고 나왔는데 ㅋㅋㅋㅋ

 

오늘은 엄마랑 같이 사랑은 마치 V ^_^ V 마치 V^_^V 

이러고 잇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안나가 많이 울어서 엄마도 따라 울음

 

나도 감동받아서 울었다. 

 

어디가 감동 포인트였냐면, 

다 같이 안나의 영향력으로 인해서 행복했던 이야기들을 전할 때도 그렇고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때 정말... 

너무 벅차고 감동적이었다. 

결국 안나는 혼자가 아니고 모든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사람이고 

숨기지 않고 본인을 드러내어서 용기도 준 사람이니까..

 

그리고 안나가 행복해서 너무 좋았다 마지막까지.

이래서 내가... 좋았던 거잖아 

과거의 내 취향은 역시 믿고 본다.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쫙 펼쳐지는데 

너무 멋졌다. 

최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앙상블들 넘버는 뭐라는 가사인지 잘 안 들린 편이라 아쉬웠는데

그래도 극 이해에 별로 문제없고,

클린안나의 대사 전달력이 진짜 좋았어서 

음향 및 딕션에 예민한 내가 대극장(그렇게 대극장은 아니지만)에서 

맨 뒷자리에서!! 만족하고 나올 수 있었던 게 정말 인상 깊다.

 

클린안나 또 보고 싶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나라는 이유로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그럼 그렇게 써요

그대로 써요

아무런 꾸밈없이」

 

「사랑은 마치 마치

오늘의 날씨처럼

흐렸다 환해지고

추웠다 따뜻해져」

 

「내가 살면서 보니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항상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나도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안나, 이야기를 들려주렴》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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