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0. 22:48ㆍ후기/책
별점 ★★★★★
읽게 된 계기
지하철 타는 동안 읽을 책이 없어서 역에서 급하게 빌렸던 책.
<지구를 위한 변론>과 함께 빌렸다.
이 책도 양장본인데, 튼튼하고 가벼워서 휴대성이 좋았다는 점이 빌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제목에 끌렸다.
최근에 보홀 여행 - 이라고 하고 프리다이빙 여정이라고 씀 - 에서 만났던 언니와
OO님 호칭으로 존댓말을 하다가 마지막 날에 강습도 다 끝났고,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말을 놓기로 했다.
다 좋았는데,
언니가 OO야~를 못하시더라.
그리고 나는 내심 언니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그냥 언니로 퉁치는 게 아쉬웠다.
말을 놓는 행위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고 싶었던 차에, 이 책의 제목이 내 손을 끌었다.
책의 내용
정직한 제목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말을 놓을 것을 권한다.
이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말 놓기는 내가 아는 반말과는 약간 달랐다.
평어라고 해서,
OO야, OO아, 를 하지 않고,
언니나 형 같은 서열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이름을 부르는 것.
저자가 권하는 방식의 말 놓기,
그 실천으로 인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내 기억에 남은 것
87p 오히려 존비어체계의 유지를 통해 우리는 친밀하면서도 평등하고 성숙한 관계에 도착하는 실존적이고 문화적인 여정을 그저 언어를 교체하는 것으로 회피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내가 선호하는 반말은, 친밀하게 OO야~ 라고 부를 수 있는 거였다.
하지만 저자의 말을 들으면, 이렇게 OO야~ 하는 반말에도 서열이 내재되어있는걸까? 싶다.
고민해보니, 난 이름에 붙는 ~야, ~아에는 서열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격식과 예의가 좀 더 없다고는 느껴진다.
그 점이 좋기도 했고,
사실 내가 이름호칭에서 ~야,~아 어미가 붙는 걸 선호했던 이유는 그 어미가 가지는 부드러움이었다.
저자가 권하는 평어에서는, 그 어미가 없기 때문에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걸까...
그리고 신기했던 게, 나는 어느샌가 거친 말들을 선호하지 않고
친구들을 야, 너라고 부르는 대신 꼬박꼬박 이름을 챙겨부름으로써 저자가 말하는 평어에 가까운 언어생활을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새 인연들과 오래 존댓말을 했고, 그 이후에도 말을 놓은 경험이 있다.
나는 OO아, 라고 부르지만 상대방은 그저 OO~ 라고 불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는 그저 그 친구가 내심 OO아는 간지럽거나 어색해서 그랬을까, 싶었는데
그 친구는 평어를 하고있었다니!
나도 ~아, ~야라는 어미에 대한 미련을 잠시 내려놓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언니라고 부를 때도 이름을 꼬박꼬박 넣어볼까.
실천과 변화
평어로 말 놓는 경험을 해보고싶다.
~야,~아만 놓으면 될 거 같은데...
사족
뜻밖의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나를 찾는 길은 적어도 두 가지다. 하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너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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