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펀치] 독서 후기

2023. 9. 16. 10:57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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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0-13]

별점 ★★+


읽게 된 계기

제목이 신기했다. 

웬 브로콜리 펀치? 

그래서 늘 오며 가며, 읽어봐야지 생각을 했던 책이다. 

 

요즘 소설에 손이 가서, 빌려왔다! 

 

책의 내용

단편집이다. 

「빨간 열매」,「둥둥」,「브로콜리 펀치」,「손톱 그림자」,

「왜가리 클럽」,「치즈 달과 비스코티」,「평평한 세계」,「이구아나와 나」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내 기억에 남은 것 

내가 읽으면서 가장 그 의미가 와닿았던 건, 「치즈 달과 비스코티」였다. 

소설이 내포하는 의미인 '정상성'을 바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구"라는 것도 좋았다. 서로를 이해해 주는 존재.

"그 돌은 말을 할 줄 모르는 녀석인가 봐요."
"엄마, 그 친구는 달로 날아갈 수 있대요! 멋지죠? 저보다 더 미쳤다니까요!"

 

또한 아이돌 덕후였던 내게 흥미롭게 읽힌 「둥둥」도. 

특히 「둥둥」은 엔딩이 재미있었다. 

도파민 가득하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버린 게. 어쩌면 당연하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원하던 것을 손에 넣는다는 건 언젠가는 그걸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함께 얻는 것이었으므로.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 우주 어딘가에서, 당신의 사랑이 어떤 죽음들을 막아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알아주길 바라요."

 

그에 반해, 읽으면서 눈물이 조금 났던 건 「이구아나와 나. 였다.

이구아나가 가고싶어한 곳이 멕시코여서 동질감을 느꼈다. 

또한 나아가는 행위에 대해서도. 

"멕시코에 가고싶어요. 거기까지 헤엄쳐 가려면 먼저 수영을 배워야겠지요."
"인간은 참 빨리 배워요. 그게 인간의 장점이에요."

 

반면에 정작 읽는 도중에는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놓고

해설을 읽다가 눈물을 넘어 아예 울어버린 소설은, 「손톱 그림자」였다. 

 

그러니까, 「손톱 그림자」라는 소설은 남겨진 이의 죄책감, 을 말해주는데 

연인 사이에 이루어진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인의 감정이 아니라 단지 남겨진 이의 죄책감을 보여주고 

그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편이라는 걸 해설에서 한 번 더 되새기고 나니

내가 요즘 보고있는 뮤지컬 <사칠>이 겹치는 거다. 

 

뮤지컬 사칠에서의 한 인물은, 

「손톱 그림자」의 석기씨, 손톱과 같은 거였다. 

그러니까... 죄책감이 불러낸, 무언가 응어리 진 마음이, 

현실의 무언가를 매개로 해서 형상화한 존재라는 점에서 말이다. 

날 원망하고 있을까. 만일 나였다면 어땠을까.

 

284p, 해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고, 어쩌면 용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영영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유령을 보내기 위해서는 떨어져 나온 마음 역시 멀리 보내주어야 했다.
지금 눈 앞의 유령의 재현이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기원한 것임을 기억한다면, 말의 진가를 가리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 이유는 "유령이란 더 이상 영혼이 아니"며,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령은 " '감정적 기억의 잔재', 즉 오렌지 껍질처럼 살아 있는 사람의 정신에서 떨어져 나온 일종의 파편"과도 같다.

위 해설이 인용한 '유령의 자연사'라는 책을 읽고싶어져서,

도서관에 검색했는데 우리 지역에 없어서 놀랐다. 

읽히지 않아 사라졌나 보다. 

서울의 도서관에도 검색해 보았더니, 한 곳의 보존서고에 있었다. 

올해 안에 저 친구를 꺼내 읽어야지.

 

「왜가리 클럽」은 실패에 대한 위로를 말해주었고 

 

「빨간 열매」는 내겐 가장 재미없게 읽혔지만,

이것도 사랑이긴 했다. 

아버지와 P어머니는 그날 이후로는 거의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목소리를 내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 뜻이 통하는 것 같았다.
이제 한 그루가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평평한 세계」에서는 소외된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브로콜리 펀치」에서는 남을 미워하는 마음과, 주변인의 보살핌이 보였다.

 

이유리의 소설들은 다 하나같이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현실과 이어져있었고,

소설 속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색다르지만, 인생을 생각해보게 하는 단편들. 

마음에 들었다! 

모두 따스한 위로를 품은 이야기들이다.

 

사족

304페이지. 2시간 33분 정도 소요되었다.


 

《원준이 손이 브로콜리가 됐대요.》


《"그렇지만 나는 이걸 너무 오래 해왔어.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야.

남 미워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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