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헬멧 THE HELMET] 룸서울 빅 / 스몰

2022. 7. 17. 15:53후기/연극

728x90

[2022.07.16 PM 03:00 / 05:00]

별점 ★★★★★+★


보게 된 계기

원래 이 극을 알고 있던 건 아니고, 이번에 올라오면서 알게 된 극이다.

헬멧이 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헬멧이다! 헬멧이다! 했고 

또 이번 정권에서는 다시 올라오기 힘들 거라고 그러더라. 

다들 호평하는 극이어서 첫 티켓팅을 참전해 

표를 잡아뒀었다.

 

이 극은 룸서울 / 룸알레포 두 이야기가 있는데 

서울 / 알레포 내에서도 객석을 빅/스몰룸으로 나누어 

벽으로 중앙을 가로막아 서로 차단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각각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서로 교차하는 지점이 있는 것. 

 

독특하고 실험적인 방식을 취하기도 하고 

모든 걸 다 보려면 4번을 봐야하기 때문에 

순서를 어떻게 해야할 지 사람들이 알려주는 글도 있었다! 

나는 스몰 ☞ 빅 순서로 보도록 잡아두었는데 

그 이유는 스몰부터 봐야 빅에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서...! 

 

내용
  • 스몰 룸 (학생 : Student)
1987년 민주화운동 데모 도중, 전경들에게 쫓기던 학생 두 명이 서점 지하의 작은 방에 있다.
이 둘은, 시위를 진압하는 폭력에 데모대를 지키기 위해 꾸려진, 일명 '전투조'로서 오늘 처음 만났다.
잠시 피신하던 그들의 계획은 지하까지 내려온 전경들에 의해 수포로 돌아가고, 자신들이 숨어 있던 방에서 나갈 수가 없게 되는데...
공포에 떠는 전투조 여성 신참과 다리를 다친 남성 선배
- 과연 이들은 이 방을 나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 빅 룸 (백골단 : Combat Police)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던 전경, 특히 하얀 헬멧을 쓴 기동대-일명 백골단-의 전경 두 명이 서점 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하의 방으로 내려온다.
서점 주인은 이 방의 비밀 공간에 쫓겨 오던 학생 2명을 숨겨둔 상태.
전경들은 수색을 핑계로 들어와, 이 방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떠들더니 급기야는 농땡이를 치며,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초조한 서점 주인과 전경들의 신경전. 그러다 전경의 눈에 영화 <에일리언> 포스터가 들어오는데-

 

극 보기 전 이야기  

3시공이라서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일어나서 밥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하곸ㅋㅋ큐ㅠㅠ

시리얼만 대충 먹고 

에너지바랑 맛밤을 챙겨서 출발했다...

요즘 지하철이 워낙 말썽이고 

날씨도 비가 오네 마네 오락가락하는 상태라 

약간 여유롭게 출발했고 

평소랑 같은 시간이 걸려서 대충 30분 비는 시간을 견뎠다.

 

우산꽂이가 있어서 우산 꽂고 들어갈 수 있어 편했고 

캐슷보드... 꾸며놓은 게 너무 좋았으며 

 

인터파크 티켓 봉투 수거함이 있어서 좋았다. 

 

3시 공연을 보고 나오니 4시 24분 정도. 

그래서 바로 티켓 수령하고 도장판 만들고 

야외 공간에 나가서 맛밤 먹고 입장했다. 

 

아, 이게 입장할 때 문이 두 개다. 

큰 문으로 입장해서 들어가면 구역별로 안내된 문이 또 나옴.

근데 나는 이걸 안 보고 들어가서 헷갈렸다... 

예매처에서 나오는 자리 배치랑 문 위치가 안 맞아서 

안 보면 빙빙 돌게 생김 ㅠ큨ㅋㅋㅋ 

저는 실제로 한 바퀴를 빙 돌고 자리를 찾아 착석하였습니다...

 

그리고 무대가 그냥 입장 바닥이라서 

이동시 자칫 소품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한다 ㅠ,ㅠ! 

 

본 공연 이야기

김도빈 배우 외에는 다 자첫이다! 

근데 김도빈 배우도 자첫극이 렛미플라이라서 

분장 얼굴이었기 때문에...

얼굴은 처음 뵙는 셈 ( 

 


 

룸서울 - 스몰룸 


 

더보기

하... 끝나고 나서 

시고니 선배, 떡볶이 선배 생각하면서 또 울 수 있음...

 

근데 신참 후배... 진짜... 

겁 많고, 풋내기인 느낌을 배우가 너무 잘 살려줬고 

그리고 떡볶이 선배... 

얘기가... 너무... 

 

그러니까 그 얘기는, 

자기는 떡볶이를 먹던 와중에, 경험했던 이야기. 

그래서 혼란을 틈타 계산을 하지 않아 보려는 속셈으로 떡볶이를 마구 입에 넣고 뛰었는데

그걸 토하는 광경을 본 다른 형이 선배를 들고뛰었다고.

그러더니, "너 피 토했지? 나랑 병원 가자."

라고... 

하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던 건,

그 형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이윽고 경찰에 끌려가는 와중에도 그 형은 

꼭 병원 가라고, 자긴 괜찮다고. 

 

비록 그 떡볶이집은 잘됐다면서,

슬픔을 환기하려고 했지만 

그 이야기는...

 

그리고 숨어있던 게 들키는 순간, 

그 연출이 진짜... 무서웠다. 

근데 불쾌한 게 아니라 진짜 찌릿! 하고 놀라는 느낌. 

이 부분이 진짜 좋았다... 배경음악도... 

그리고 스몰룸의 4열이면 암전 때 진~짜 어둡다.

한 줄기 빛도 안 들어온다...

나는 모든 공간이 그런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우선 스몰룸이 빅룸보다 암전 때 어둡다. 

빅룸은... 한 줄기 빛이 있더라고....!

 

그리고 선배... 떡볶이 선배가 

시고니 후배를 의심해서, 추궁하다가 

자기가 나가기로 하고 바로 밖에 소리칠 때... 

놀라서 눈물도 나고...

그리고 숨겨주면서 다정해지는데 

미칠 거 같음 

선배 진짜... 

그러기 있어요...?

 

그렇게 나가면서, 빅룸과 스몰룸 사운드가 합쳐지는 게 너무 

좋은 연출이었다... 

 

 

에이리언 2

그 주인공은 싸움을 잘하는 게 아니라, 연기라고 하는 게.

그게 시고니의 모습이 될 줄은. 

그걸 내 눈으로 직시하니까 눈물이 났다. 

 

2막에서, 떡볶이 선배가 자진해서 잡혀가고 

숨겨진 채로 울던 시고니 후배가 

 

다시 돌아올 때는 악에 받친... 그런 모습으로 

거친 야생을 겪어서 흉터가 많고, 단단하게 덮인 그런 모습으로 오니까 

진짜 눈물이 났다... 많이... 

말투 하나하나가, 달라진 모습이 슬펐다. 

 

다시 돌아온 시고니는, 선배가 되었다. 

그리고 후배와 같이 잡혀 다시 이 서점 지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는, 숨는 게 아니라, 갇혔다는 점도 달라졌다. 

 

무신경한듯하고, 툭툭 내뱉는 시고니 선배의 말투 속에는 

가시가 아니라 어딘가 슬픔이 있었다... 


 

룸서울 - 빅룸 

더보기

우선 생각보다 빅룸은 웃음을 주는 장면들이 많았다! 

조금 더 태평하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 있던 경찰 둘은 유쾌하게 이야기 풀어나가서 

자기들끼리 심각한 장면이어도 웃으면서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기억에 남는 웃겼던 장면은, 

또이병이 커피 타 오는데 잔을 아주 넘실대도록 타 와서 

흘릴까 봐 1센티씩 이동하는 게 ㅋㅋㅋㅋㅋ

귀엽고 웃겼다. 

 

그리고 노래 부르는데 

음 떨어진다고 고나리 하면서 노래 부르는 수상할 정도로 음에 예민한 

또이병 ㅋㅋㅋㅋㅋㅋ

아 나 또이병 좋아했네...( 

 

스몰룸에서는 심각한데, 

되게 어벙하게 와서 시답잖은 얘기하고... 저기서 웃고 있고 

그래서 궁금했는데 내가 아주 잘 웃어버렸다... 

되게... 귀엽.... 

 

빅룸을 보면 흐름이 보이긴 하지만,

인물들의 서사가 보이는 건 아니라서 

소소하게 웃고...! 

그랬다. 

그리고 사실 빅룸에서는 헬멧A의 인간성... 을 조금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스몰룸에서 보면 절대적인 악역인데 

여성관은 빻았지만 그래도 '인간다움'을 가지고 있고 

시를 좋아하고, 등등. 

그러니까 절대악이라는 건 없다는... 걸 보여준다. 

절대악이 없다고 하는 건 정말 내 취향이기 때문에 좋았다. 

 

합쳐지는 부분에서 또 울고... 

이 선배들...이.... 

ㅠ....

나는 

이런 구원 서사에 약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방적이지도 않은...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야기. 

너무 소중하다. 

 

이 극의 등장인물들은

전부 다 '애들'이다.

이 극의 모든 인물들은 특정된, 만들어진 누군가가 아니라,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람들 모두라는 게 느껴졌다. 

 

떡볶이 선배와 시고니 선배, 그리고 선동렬로 이어지는 관계들은 

특정 인물들에게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공간이 나뉘고 합쳐지는 것들이 정말 좋았으나 

처음 볼 때는, 특히 스몰룸으로 처음 보게 되면 

빅룸에서의 소리가 넘어올 때마다 집중력이 흩트려지는 감이 있기는 했다. 

아무래도 스몰룸은 숨어있는 입장이라 

빅룸으로 소리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빅룸은 큰 소리 내도 되니까 

전체적으로 텍스트가 전부 마음을 울렸다. 

날리는 텍스트가 없는.. 70분이었다. 

이래서 연극이 좋은가보다. 

뮤지컬은 중간중간 넘버로 풀어준다면 

연극은 더 몰아치는 느낌. 

 

연극의 진가를 또 오랜만에 느껴서 좋은 시간이었다. 

 

재관람 여부 

저 룸 서울... 스몰...

또 보고 싶어요...

 

또볶이 선배랑...

시고니 선배가.... 

거기에... 있어요.... 

 

물론 빅룸도 재밌었지만! 

스몰룸이 인기 더 많은 이유...

그곳에. 서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여자는 싸움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거든요. 용기.」

 

너하고 나는 학생인디 정작 학생 일은 못 하고 있잖여. 저짝 방에 서점 주인하고 경찰이 있는디 니 눈엔 그라고 보이냐? 우리는 그것 때문에 운동하는 거여. 학생은 공부를 하고, 서점은 책을 팔고, 경찰은 나쁜 새끼들 잡아가고, 소주병이 소주병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 줄라고!

 

「미움에 휩싸이고 나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야.

 

안 미워할 수 있을까?
내 옆에 있는 니 머리에서 피나면, 내 손이 밟히면, 안 미워할 수 있을까?
걔네도 머리에서 피나면, 손이 밟히면 우리가 밉겠지

 

「헬멧을 벗을 기회는 있었다. 네가 모르는 척했을 뿐이지.」

 

내 후배들은 절대로 뛰어내리거나, 몸에 불 지르지 않고 싸울 수 있게 할 거야. 나는, 그러려고 데모하는 거야.

 


 

「이 사람들이 의심이 없어. 신념이 뚜렷하면 정신이 없더라고.

사람을 의심하면 운동을 못하잖아. 그 망할놈의 연대의식이라는 게 뭔지.

 

잠복해 있다가 후배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냐. 걜 잡아야 하냐 말아야 하냐.

 

- 애들? 어떤 애들?
- 걔네도, 우리도 다 애들이지, 뭐.
- 맞아. 사실 다 애들이지.


"우리에겐, 가장 어두운 시대에 조차 어떤 등불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내는 이 방을 나간 적이 없었다.

분명히 나갔었는데, 나간 적이 없었다.

이제야 나가게 됐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