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빛나는 모든 것] 자첫자막

2022. 1. 11. 02:25후기/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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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0 PM 08:00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별점 ★★★★☆


 

보게 된 계기

내가 우주대스타를 본지 한 달이 족히 넘어가니까 

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너무 줄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없고 소통도 별로 없고 

여러모로 죽은 거 같아서 ㅠㅠㅋㅋㅋㅋ 

외향력을 좀 증진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고려하게 되었다.

사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컸던 점은 여성 1인극이라는 것!! 

물론 젠더프리 캐슷이기에 남배2명이 있지만 

나에겐 여배가 있으면 무조건 여배 고정이므로. ㅎㅎ 

 

티켓 원가가 5만원이었는데 내가 12월에 코로나로 집밖생활을 하면서 

돈을 많이 썼기도 하고... 5만원이나 쓸 생각이 없어서 타임세일 존버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굿바이 타임세일이 떠서! 바로 1열을 잡고! ㅎㅎ 

자첫을 하게 되었다~

 

내용

내용은 뭐라고 해야할까?

그냥 주인공 '나'의 이야기이다. 

어렸을 때 길렀던 강아지 '셜록 본즈'와의 마지막 순간을 회상하면서 시작이 된다.

품 안의 강아지가 안락사 되는 순간.

그것은 '나'가 처음으로, 죽음을 마주한 경험이었다. 

 

'나'의 엄마는, 극단적으로 삶을 끝맺으려는 시도를 했었다.

그 행동으로 인해 엄마는 병원에 가게 되었고,

아빠는 그런 엄마의 행동을 '멍청한 짓'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나'는 기록을 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아이스크림.

두 번째, 물싸움.

 

이것은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들이다. 

 

과연, 이 리스트는 언제까지 쓰여나가게 될까?

 

주인공 '나'는, 패터슨 선생님과의 만남, 그리고 마음 맞는 상대와의 

연애와 결혼생활, 계속 이어져나가는 삶 속에서 리스트를 계속해서 적어내려간다.

그러다 한 차례 이별을 겪은 뒤, 

'나'는 패터슨 선생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묻는다.

 

"행복이 뭘까요? 저는 행복한 걸까요?"

 

극 보기 전 이야기  

사실 나는 이게 충아센에서 하는 줄 알았다.

다행히도 표를 잡으면서 어 이거 홍아센이네? 했다. 

길 헤매지 않아서 다행이야. 

 

시간이 조금 뜨는데 뭘 먹을 시간은 없었고,

스타벅스에서 비건 샌드위치 사먹으려고했는데 밤이라 품절이었다.

그래서 그냥 편의점에서 성분비건 에너지바 하나 먹고,

문구점이 있어서 문구점도 구경했다. 

문구점이 되게 크고 조용했다!

 

티켓봉투 없이 티켓만 주고, 작은 1회용 비닐 손소독제를 같이 주었다.

그리고 로비에 '당신의 빛나는 것을 적어주세요!'하고 공간이 있는데 

포스트잇, 볼펜이 있고 붙일 수 있는 보드가 있다.

나는 오리를 적으려고 생각을 해뒀었는데, 

'산책하면서 만나는 오리'를 할까 하다가 

오리 말고 백로, 왜가리, 아무튼 모든 새들이 좋은데..?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생각해보니 저번에 산책하다 본 족제비도 생각나고, 길냥이들도 생각이 나는 거다.

그래서 

'강가를 산책하면서 만나는 모든 야생동물들'로 적고 

오리 그림을 그렸는데...! 

너무 못그려서 슬펐다 ㅠㅠ 내가 집은 볼펜이 부드럽지가 않아서 못나게 되더라. 글씨도 그림도! ㅠㅠ 

 

본 공연 이야기

내가 본 캐스트, 정새별 배우님.

입장 선착순으로 쪽지를 나눠주고, 

그걸 극이 시작할 때 한 분씩 차례대로 읽는다는 걸 미리 알고 갔었다.

근데 귀찮아서 그냥 늦게 입장했고 나는 쪽지를 못받았다 ㅎㅎ... 

 

입장할 때부터 배우님이 나와계셨다! 

그리고 자리 안내도 종종 해주셨다. ㅎㅎ 

나는 처음 간 극장,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한 번에 찾아서 배우님의 안내는 받지 않았다!

앉아있으니 배우님이 각 구역 중앙쪽에 서서 공연에 대한 간단한 안내도 직접 해주셨다.

역할을 맡는 게 있는데, 자기가 쳐다볼 때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시면 

마음의 준비가 되셨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역할을 맡기겠다고 하셨다.

만약 원하지 않으시면 눈을 피하면 된다고 ㅎㅎ 

 

내가 자첫이 아니었다면 이미 흐름도 알고 마음의 준비도 했을테니

역할을 노려봤을 거 같은데,

하고 싶기도 하고 안 하고 싶기도 하고. 

양가감정이 들었다.

근데 이 날 내가 여태 봐왔던 잔여석과는 달리 

객석은 거의 다 차있었다. 

객석이 서로 동서남북으로 중앙의 배우를 마주보는 형식이어서 

연령대, 성별도 다양하게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극 중의 관객 참여로는 우선 역할로 

수의사 선생님, '나'의 아빠, 패터슨 선생님, 그리고 '나'의 연인이 있고 

소소한 참여로는 펜을 빌려주거나, 책을 빌려주거나, 병원에서의 할머니가 되어 기댈 수 있게 해주거나,

자리를 선뜻 바꿔주거나, 피아노를 들어주거나 하는 정도가 있다. 

 

수의사 선생님은 극 가장 초반에 선택되고, 

무대에 나간다. 

그리고 강아지를 표현하는 옷 (내가 간 날 기준 검정색 패딩을 동그랗게 만 것)에 

관객에게 빌린 뾰족한 무언가, (내가 간 날은 볼펜)로 

강아지 셜록본즈의 안락사 순간을 재현한다. 

 

내가 간 날의 수의사 선생님 역을 맡은 관객분은,

안락사 순간을 연기하시면서 많이 우셨다.

키우던 동물의 죽음을 지켜보고, 또 행해야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셔서 나온 눈물일 것이리라 예상을 하게 되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말이다.

 

패터슨 선생님 역할은 극 중에서 꽤 큰 틀을 만들어내는 대사가 주어져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어진 역인데,

'나'에게 상담을 해주는 선생님이다. 

상담의 일종으로 강아지와의 대화가 있는데,

해당 역을 맡은 관객이 직접 자신의 신발과 양말을 벗고 손에 끼워서 역할극을 해줘야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양말 강아지의 이름, 그리고 특징(넌 어떤 강아지야?에 대한 답)도 

역할을 맡은 관객이 직접 말해야해서 역할 중에 가장 자유도가 높은 인물이다! 

 

다른 역할들은 대부분 대사가 정해져있는 편!

그리고 패터슨 선생님은 그 특성상 1열 관객이 주로 할 듯 하다! 

내가 간 날은 1열에 계신 분이 진행을 했다~ 

 

뒷열이어도 무대 앞으로 나와서 역할을 진행하기도 하고,

 앉은 자리에서 하기도 했다! 

 

음~ 

공연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그냥 '나'의 인생 이야기였다.

극단적인 삶의 끝을 시도하려는 엄마, 그리고 그런 아내를 둔 아빠,

그리고 그런 부모님을 둔 '나'

 

'나'는 엄마를 위해서였는지, 자신을 위해서였는지 

포스트잇에 자신에게 빛나는 것들을 적어서 이곳저곳에 붙여두거나 

따로 적어두거나 했다. 

 

그리고 어느날 도서관에서 만난 연인과 호감을 가지고 만나다가

빌려준 책에 자신이 적어두었던 빛나는 것들을 같이 주었다는 걸 깨닫는데 

돌려받은 그 책에는 이어적혀진 빛나는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은 결혼을 하게 되고, 같이 살아가지만 

어찌보면 사소한 일로 부딪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나'는 자신의 행복을 다시 찾아보고자 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패터슨 선생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양말 강아지를 만나고,

행복의 정의를 다시금 되새긴다. 

 

그날그날의 행복의 정의는 관객이 직접 말하기 때문에 

날마다 다른 것이 이 공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간 날의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순 없겠지만 웃음이 나는 것" 

이었다. 

 

관객 참여라서 재미있기는 했으나,

나는 전반적으로 감정 이입이 힘들었다. 

신경 쓸 것이 많아지니 몰입이 힘든 느낌. 

 

익숙해지면 질수록 더 재밌었을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극이 주는 메세지도 건강하고 의미있다.

 

하지만 나는 '자살'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공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긋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나는 이전에 보았던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도 해당 관련된 연출이 불호였다.

그리고 이번 관극에서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하지마세요!라고 말해주는데 

이런 직접적인 화법에 좀 흠칫한 게 있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건, 그걸 생각하고 행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이겠지.

나처럼 이런 부정적인 단어를 듣고 보고 쓰는 것조차 낯설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현실을 마주하고 서로 응원해가며 살아가는 게 삶이기도 하니까, 나도 더욱 더 발전해야겠다.

 

무엇보다 이 공연은, 같이 공연을 보는 사람들로 인해서 완성되기 때문에 

인류애도 충전된다! 

누가 알겠는가, 우연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공연을 봄으로써 

서로에게 응원을 주고, 또 받을 수 있다는 걸!  

서로 아무런 접점이 없었을 사람들이 나누는 이 감각은 참 소중하다.

 

아, 그리고 나는 이 때 읽고 있던 책인 '침묵의 봄'이 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도서관이라 책을 빌리고 다니실 때 이 책을 건네드렸다.

관객도 많고 책도 많았다.

침묵의 봄은 이 날 '나'가 읽고 있던 책으로 선택이 되었다!

배우님은 이 책의 내용을 얼버무리셨고 찍으신 거 같은데! 내용 틀렸다는 것 ㅎㅎ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ㅎㅅㅎ 

 

재관람 여부 

자첫자막이다~

애초에 막공주에 자첫했으니!

 


《나아질 거예요. 빛나진 않더라도.

분명 좋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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