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의 시간] 독서 후기

2023. 8. 25. 19:57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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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07.16]

별점 ★


읽게 된 계기

구병모 작가의 소설이 좋다. 

그래서 안 읽었던 걸 발견하고 빌려왔다. 

뮤지컬 보느라 너무 바빠서 책을 거의 못읽는 와중에

소설은 대중교통에서 특히 잘 읽히니까... 짬내서 읽었다! 휴 

책의 내용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년의 남성에게 정체불명의 커다란 택배가 배송된다.

무엇인지도 모른 채 넘겨받은 그 물건은, 사람 형체를 한 로봇이었다. 

 

중년 남성, 명정은 아들이 하나 있었고, 

그 아들은 외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사라는 말만 전해듣고 연락이 끊겼다.

아들의 마지막 선물이라 여긴 명은 그 로봇을 은결이라 이름짓고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사족

256페이지. 독서시간은 2시간 20분 가량.

 

난 구병모의 글이 좋다... 

문장들이, 되게 찌르르해서 좋다. 

뭔가 큰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니지만,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해주는 문장들이 좋다.

또 읽고싶다. 

그냥 존재만으로 위로 받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은 거짓을 날실로, 착각을 씨실로 엮은 꿈이다.

 

「늘 같은 자리에 떨어져 심장에 구멍을 내던 물방울의 낙하 방향을, 조금이나마 바꾸었다는 것은.

 

「습득한 정보를 마음속에서 어떻게 굴리는지가 사람이 말하는 느낌의 시작이라고.

 

「맥락이 없기도 하지만 때로는 손닿는 모든 곳이 맥락이 되기도 한다.

「그의 연산은 포연을 닮은 안개 속을 헤맨다.

감정과 무관한 거라면 그저 만취 상태일수도 있고, 때로는 그 모두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눈물은 어떤 생리작용보다도 해독이 어렵다.」

 

「어쩌면 사람이 그 때 그 순간에 가장 적절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확률의 문제일 뿐, 실은 그들이 내놓는

모든 결론과 행위 또한 매 순간 몇 제타바이트에 이르는 오해를 동반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감정이라고 믿는 건 실은 지식의 일부가 아닐까요."」

 

「이해 불가능한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 그러므로 존재하기를 그만둘 게 아니라면, 차라리 이해하기를 멈춰야 옳은 것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 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며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엇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날 물 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괜찮아. 형태가 있는 건 더러워지게 마련이니까."》

 

《아무리 약품을 집중 분사해도 직물과 분리되지 않는 오염이 생기게 마련이듯이,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제거도 수정도 불가능한 한 점의 얼룩을 살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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