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3. 17:21ㆍ후기/영화
별점 ★★★★☆
나만... 나만 몰랐던 기대작.
작년 말,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빨간머리 앤을 보았다. 재미있기도 했고 어릴 적 읽었던 만화책에서의 대사가 그대로 있으니 추억에 잠겼다. 맞아, 앤은 저런 캐릭터였지. 다시 기억이 나네. 하고 말이다.
나는 어릴 때 책을 좋아했고, 특히 만화책도 즐겨 읽었는데 그중 가장 좋아했던 책 두 권을 꼽으라면 빨간머리앤, 그리고 작은아씨들이었다. 그러니 빨간머리앤을 생각함으로써 자연스레 작은아씨들이 생각난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의 만화책은 이미 버렸지만, 지금이라도 같은 책을 중고로 구해서 추억을 되새기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것을 위해서 검색을 하던 중 - 내년 2월 개봉 예정이라는 작은아씨들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몰랐지만,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했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중이었다. 워낙 영화 쪽이랑 멀리 지냈다지만 새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개봉일까지 족히 2개월은 남아있었기에, 너무 기억해서 기다리지는 말되, 또 잊지도 말아야하는 것이 되었다.
그래도 개봉일이 기억에 남는 날짜여서 무난하게 개봉일까지 기억을 할 수 있었다.
이미 코로나가 터진 후라 외출을 잘 하진 못했지만, 이 영화는 내가 꼭 보리라고 생각한 영화이기에 흔치 않아 혼자 영화를 보러 나갔다.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본 날이다. 개봉일에는 할 일이 있어 그다음 날에 보러 갔다.
우선 옛날에 보았던 만화책의 내용이 하나하나 서서히 기억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나는 어릴 때 베스를 가장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만화책 내에서 금발의 소녀로 아주 예쁜 외모에, 아파서 침대에만 누워있지만 참 마음이 착한 인물이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겼다. 어린 시절의 나는 주체적인 주인공 캐릭터보다는 그저 '착하고 예쁜' 것을 좋은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지금 다 커서 보는 작은 아씨들은 달랐다. 조는 아주 멋진 캐릭터였다.
그리고 베스는 나쁘지도 않고, 착한 것은 맞지만, 조라는 멋진 캐릭터를 제치고 굳이 주목할 가치를 가진 캐릭터는 아니었다.
조는 어린 시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멋진 캐릭터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마지막까지 조는 멋있었다. 그녀가 쓴 책의 판권을 절대로 팔지 않는 모습은 나도 본받아야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 값이 매겨진 것이라면, 제가 갖겠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오면서 작은 아씨들의 내용을 책으로, 글자로도 읽고싶어져서 주문을 했다.
지금은 아직 책장에 있지만... 추후에 다시 작은 아씨들이 보고싶을 때, 곱씹으며 읽을 것이다.
아, 영화이니 영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으면 안 된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여 보여주는데, 현재는 차가운 색감이고 과거는 따뜻한 색감으로 나타난 점이 인상 깊었다.
조에게, 이들에게는 과거는 따뜻하고 추억이 넘쳐 돌아가고싶겠지만, 현재는 어김없이 차갑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책이 아니라 영상으로서 보여주는 이 표현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몇 년만에 내가 자발적으로 보고 싶어서 본 영화였는데,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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