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봤음

2022. 6. 24. 14:48후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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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별점 ★★★★★


 

보게 된 계기

영화 1987은 내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볼 때 자료화면으로 자주 나오던 사건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그 때마다 보통 나오는 장면은 고문 장면이었고, 옆의 영화 <1987>이라는 자료화면의 출처에만 내 시선을 고정하곤 했다.

그렇게 익숙해진 이 영화가, 요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티빙에 들어갔다가 요즘 인기 있는 영화였나... 아무튼 추천 목록에 뜨길래 보게 되었다. 

사실 요즘 이런 역사적 사실, 특히 인권 투쟁의 역사에 내가 무지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내용

1987년, 한 대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단순쇼크사였다고 주장하던 경찰,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지는 과정은 한 사람의 의지로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같은 해 6월, 6월항쟁으로 나아간다.

 

후기

 

사람이 끌려가 맞고 고문당하는 광경을 보게 되는 시민들.

모두가 국가를 위해서였다고 하는 사람들, 

나 자신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자신은 억울하다고 하는 사람과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사람들.

모두가 어쩔 수 없이 피해자가 되고 또 가해자가 되는 듯한 이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


 

나는 사람이 고통받는 장면을 잘 보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볼 수야 있다. 예전에는 잘만 봐왔다. 좀비 영화나, 고어 영화같은 류. 

공포영화도 즐겨보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장면을 보면 괴로운 기분이 든다. 

그들과 나를 구분짓고 타자화하면 그 괴로움, 고통은 줄어들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렇게 타자화하고 싶지 않다. 무뎌지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힘들더라도, 타인의 고통을 화면 너머로 보는 것, 그리고 연기이더라도 그 장면을 소비하는 내가 

더이상 무감각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감수할 수 있다. 

 

이렇게 지내는 요즘, 뮤지컬을 봐도 물리적으로 괴로운 장면 혹은 큰 소리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장면 등 

심리적으로 나까지 공포감을 유발하는 장면을 기피하고 있었기에 

이 영화에서 다루는 폭력적인 장면이나 고문 장면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에 불쾌함이 담기진 않았다. 

불필요하게 남의 고통을 즐기는 장면이 아니라, 있어야 하는 장면이고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장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괜찮았다. 

 

또한 한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보여서 좋았다. 

어느 한 명이 이끌어낸 결과. 엔딩이 아니라, 

이 사건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풀어낸 사건이라는 게 영화에서 잘 보였다.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가치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타인을 결코 자신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의 대사 중에. 우리가 애국자냐고 물었었다. 

 

나도 생각해보았다. 애국자란 무엇일까?

주어진 국가의 이념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

그 국가는 누가 세웠는가? 그 이념은 누가 정했는가? 

주어진 대로만 살다보면 자신이 어디로 끌려가고, 누굴 끌고가고 있는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 

모두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더보기

이 영화에 강동원이 나오는 줄 몰랐는데, 

중간에 갑자기 복면을 내리고 강동원 얼굴이 보이자마자 

"어 뭐야? 미친." 

하고 비명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아마 영화관에서 처음 개봉하던 즈음에는 영화관에서도 그 장면에서 탄성이 나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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