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읽음

2022. 9. 14. 01:17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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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2]

별점 ★


읽게 된 계기

 

매달 소설 한 권은 읽기로 다짐하기도 했고, 

파과는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한 번쯤 읽어보겠다고 서점에 들를 때마다 생각했다.

마침 또 최근에 친구가 파과를 읽었다고 했으며, 

제목으로는 내용이 유추가 되지 않았던 점이 내 호기심을 추가로 자극하게 되었다.

보통 내가 소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목으로 이끌리는 경험이 적어서이므로 

내용 유추가 쉽지 않은 제목이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친구가 읽고 추천하는 이 유명한 소설의 제목, 알 수 없다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색해서 본 파과의 시놉,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은퇴를 앞둔 청부살인업자 여성'이었다. 

 

아무래도 소설의 경우, 주인공에 대한 정보가 내 흥미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인 듯하다. 

 

9월은 꼭 파과를 읽어야지, 하고 도서관을 갔는데 옛날 표지만 있었기에, 

분홍색 (메인 이미지 표지) 표지으로 읽고 싶어 굳이 분홍 표시의 파과를 찾아 도서관을 헤매었고 

대략 2~3주가 지난 뒤에야 분홍색 표지의 파과를 빌려올 수 있었다.

 

사실 예약을 걸어두었으면 이보다 빠르게 빌려볼 수 있었겠지만, 

요즈음 도서관과의 약속은 반납기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가 약속을 잡고 싶지 않았다는 게 늦어진 이유 중 하나겠다. 

 

책의 내용

 

청부살인을 40여년간 업으로 삼은 주인공, '조각' 

조각은 나이가 들었을지언정 아직 실력은 녹슬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부한다. 

그런 조각에게 이유 모를 시비를 걸어오는 같은 업체의 '방역 업자'인 투우. 

그리고 조각의 판단 실수로 말미암아 생긴, '강 박사'와의 인연은 

조각에게 어떠한 변화를 주는 듯 하다.

어쩌면, 조각은 변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되찾는 중일지도 모른다. 

 

후기 

 

표현이 독특하고 낯선 표현이 다소 많지만 어렵지는 않은 느낌이다. 유추하기 어렵게 쓰는 것들이 아니어서인듯하다.

그중에서도 밀알지다는 표현은, 정겨우면서도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줬던 표현.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고, 주인공의 직업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묘사는 자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거북하거나 과한 묘사나 서술이 없어서 볼 때 힘들지 않았다.

과거 이야기도 매끄럽게 전개되어서 이 시점이 어디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마치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과거로 갈 때에는 자연스럽게 그 배경의 색감이 바래는 듯 읽혔다. 

 

앞으로 소설에 조금 더 정을 붙이게 될 것 같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다른 곳에서 보았던 문장이라 조금은 반가웠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라는 문장이 이런 문장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가슴이 조금 울렁였다. 

 

이 소설은, 그야말로 인생이 아닐까 싶다.

과거의 무언가가 이어지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일로 생기는 인연도 말이다. 

 

그의 인생사를 잔잔하다 말하기엔 뭐할지 모르지만,

이 소설을 통해 바라본 조각은 잔잔하면서도 물결치듯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나에게 남았다. 

 

서점에서 이 책을 본다면 구매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각의 인생을 내 서재에도 꽂아보고싶어진다.

 

사족

 

344페이지. 총 독서시간은 3시간 34분이었다. 

이건 정말 사족인데, 처음 읽으려고 했을 때가 자동차 안이었다.

이 소설의 도입부가 번잡한 지하철 안이어서, 그 묘사를 읽으면서 좀 도망가고 싶어지는 바람에 

되게 조금 읽은 뒤에 덮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들어서 읽어보니 재밌는 거다. 

그래서 바로 밥도 안 먹고 완독 해버렸다. 

 

이 맛에 소설을 읽는 건가 보다, 사람들이.

 


「한 티스푼의 설탕에 지나지 않았던 일화들은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다 결국 눅눅해지며 감당 못하도록 찐득해진다.」

 

「그래서 아직은 류, 당신에게 갈 시간이 오지 않은 모양이야.」

 


《이제 알약, 삼킬 줄 아니.》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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