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읽음
별점 ★★★★★
읽게 된 계기
뇌과학 책을 즐겨 읽기 시작했던 게 대략 2년은 된 것 같다.
대부분의 책들이 언급하고 인용하고 이야기했던 책인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읽어보려고 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신규 표지의 책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바로 냉큼 빌려왔다.
책의 내용
신경학자이자 의사인 올리버 색스가 만났던 환자들의 이야기.
내 기억에 남은 것
96p 그녀는 장애인이지만 그것이 겉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 이 문장은 고유감각이 사라진 한 환자의 사례에서 나왔다. 고유감각이란, 다음과 같다.
"고유(固有)라는 말도 본디부터 지니고 있다는 의미로, 고유감각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이라는 의미다. 즉 근육이 수축하거나 늘어날 때 만들어지는 감각 정보로서 자기 신체의 각 부분에 대한 위치 정보를 말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눈을 감고서도 팔이나 다리의 위치를 알 수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그러니까 고유감각이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나와 같은 경우에는 고유감각이 없다는 말이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로 들린다. 도대체가 없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주위에도 흔하지 않고, 상상의 범주는 보통 시력과 후각, 팔다리 자체의 존재가 있고 없고까지만 해보았지 '고유감각을 잃는다'라는 생각을 보통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사례였다.
장애인임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적어 받는 대우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내가 잠깐 보았던 유튜브 채널 중 시각장애를 가진 분이 있었다. 그 분은 후천적 시각 장애였고, 눈동자 방향이 잘 맞기 때문에 한눈에 장애가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분의 채널 영상 중에서는, 저는 시각장애가 맞으며 거짓말이 아니라는 해명 영상이 있었다. 누군가 의심을 한 것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기억이 끊겨 과거에 사는 사람, 비타민B6을 과다 섭취해 일시적으로 고유감각을 잃은 사람도 언급되었다. 무서웠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사례 중에,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꽤 독특하고 신비한 이들이었지만 안정감이 있었던 이들을,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을 이루게 하겠다는 명목으로
그 형제를 갈라놓았고, 그들은 자유를 잃고 괴롭게 되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 하나하나도 누군가에겐 폭력일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정상'의 범주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느 틀에 맞추는 것에 집착하는 행태로는 모두에게 고통밖에 남지 않을 것 같다.
사족
1985년에 출판되었고, 내가 빌린 건 2016년도 출판본이다.
396페이지인데, 독서시간은 3시간이 걸렸다.
사례 중심이라 잘 읽혀서 더 빨리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적당한 속도로 읽게 되었다.
드디어 이 책을 완독하게 되어서 기쁜 마음이 가장 크다.
「기억이 끊겨서 연속성을 잃어버린 존재를 과연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 연설의 패러독스였다. 우리 정상인들은 마음 속 어딘가에 속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잘 속아 넘어간다. 음색을 속이고 고묘한 말솜씨를 발휘할 때 뇌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 빼고는 전부 다 속아 넘어간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자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필요하다면 되살려서라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 즉 지금까지의 이야기인 내면의 드라마를 재수집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 편의 이야기 즉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고독한 인생도 이제 막을 내리려고 하는 C부인에게 어린 시절의 '신성하고 귀중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것, 이 신기하고 기적과도 같은 회상은, 어린 시절 기억의 상실이라는 문을 부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뇌에서 일어난 장애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전에는 그토록 통일이 결여된 존재였는데, 정원에 있는 그녀는 어째서 이토록 통일되고 침착한 존재로 변했을까?
··· 그러한 검사를 통해서는 결함 외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결함 저편에 있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봐야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념적으로 말할 때, 지적 장애는 불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체적인 것, 상징적인 것을 이해하는 힘은 건강한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