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읽음
별점 ★★★★☆
이벤트로 무료로 받아서 읽은 책.
어릴 때 걸리버 여행기를 딱히 읽었던 기억은 없는데,
그냥저냥 거인국 소인국~ 이런 식으로 알고 있었다.
사실 내 머릿속에는 이거랑 잭과 콩나무랑 좀 섞임ㅋㅋㅋㅋㅋㅋ
아 둘다 거인이잖아요!! ㅠㅠ
각설하고, 우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쉽게 소설에 몰입되지 못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밝힌다.
어릴 땐 안 그랬는데 나이 들면서 그렇게 되어버렸다...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을 겨울에 참 좋아했었는데,
이 책을 받고보니 책읽다 선정도서라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우선 읽기전에 대충 알고 가기 위해서 책읽다 걸리버 여행기 편 다시 보기를 했다.
오랜만에 보니 재밌기는 역시였다.
되게 자연스레 하차하게 되었는데... 우선 방영시간이 너무 늦어서.
ㅋㅋㅋㅋ 그리고 초반 도서들이 너무너무 취향이라!!
그거 다 보니깐 잊혀져버린 것...
프로그램 이야기는 그만하고, 아무튼 그 프로 보고
걸리버 여행기에 흥미가 돋았기 때문에 더 잘 읽을 수 있었음.
여행 갈 때 책 들고 나와서, 비는 시간 틈틈이 읽었다.
소설이라 그런지 그런식으로 읽어도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걸리버여행기부터는 손글씨로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
책 읽다가 핸드폰을 꺼내들면 흐름이 깨지는 기분이라 별로였다.
대충 총평을 하자면...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는 그냥 흥미 돋우기 용이고,
비판(비난 아닌가..) 맛보기정도.
그리고 3장은 재미없는데 그나마 라퓨타만 재밌다.
4장의 휴이넘 이야기로 아주 그냥 비판에 비판에 비판을 해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느낀 점은 역시 여혐 끝이 없구나 와
걸리버놈... 언어천재 적응력 천재
역마살이 대단히 낀 구제불능 사내구나.
정도?? ㅋㅋㅋㅋㅋ
4장에서 순순히 야후(인간)는 짐승이고 휴이넘(말)은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게 신기.
그리고 휴이넘은 인간이 아닌데도 주인, 하인, 인구 이런 단어가 되는 게 조금 거슬렸네.
그리고... 어김없는 차별과 혐오가 보이는 점.
어떻게 보면 편견에 가득 찬 점을 비판하는 것도 같지만,
또 어딜 보면 이게 비판인지, 아니면 그저 합리화, 재생산 과정일 뿐인지
의문이 드는 구절도 있었다. 아래에서 구절 정리하며 코멘트 달겠음.
결말까지 다 보고 생각을 하자면,
걸리버는 결국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 절정에 치닫고
자신이 속한 사회를 혐오하고 그곳에 속한다는 사실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불가능하므로 다시 자신의 사회로 돌아가는데,
그로 인한 인지부조화 등으로 힘겨워한다.
말 그대로 불행해진다. 그냥.
이게 과연 좋은 건가? 싶다. 역시.
우리 사회는... 다수자가 지배하는 사회이니깐
구제불능일 듯?
뭐 여러 생각하게 된다. ㅎㅎ
괜찮은 비판 문구랄지 하는 것 메모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냥 어린 시절 대충대충~ 알고 넘어가던 걸리버 이야기를
이렇게 다 커서 읽게 되니 재밌기도 하고.
솔직히 어린이들한테 그렇게 침투한 다음
뒷부분을 커서 읽게 하는 것은 참 괜찮다고 생각함.
하단은 읽으면서 적어둔 문구들인데,
은근히 양이 많아졌다...
「" 그대는 자신의 조국에 대해 아주 훌륭한 찬사를 보냈네. 특히 무지와 태만, 부도덕이 입법자의 자격조건이며, 법을 악용하고 왜곡시키는 데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자들이 법을 가장 잘 설명하고 해석하고 이용할 줄 안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했네. ˙˙˙ 그대의 조국에서는 어떤 지위건 덕망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네. ˙˙˙ 그대의 동포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세상을 기어다니게 된 생명체 중에서 가장 해롭고, 역겨운 해충이라는 것을 나는 내릴 수 밖에 없다네. " 」
「좁은 도량과 짧은 생각에서 나온 기묘한 결과였다. 뛰어난 재능, 위대한 지혜, 깊은 학문과 놀라운 통치력을 갖추어 백성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는 국왕이 쓸데없는 염려 때문에 백성들의 생명과 자유, 재산의 절대적 지배자가 될 기회를 어이없이 놓치고 만 것이다. 」
「도대체 어느 나라와도 가깝지 않고 어디에서도 침범해올 길이 없는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이 왜 군대를 둘 생각을 했고, 왜 군사훈련을 시키는지 나는 몹시 궁금했다. 하지만 그러한 의문은 사람들과 대화해보고 역사책을 읽으면서 풀렸다. 귀족은 권력을 위해, 시민은 자유를 위해, 그리고 국왕은 절대권력을 위해 서로 싸워왔다. 」
「그들은 조리 있게 설명할 줄 몰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격렬하게 반대했다. ˙˙˙ 그보다 더욱 놀랍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이상하리만큼 정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나는 이러한 경향이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자질도 없는 일과 학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잘난 척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결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
「이곳 사람들은 늘 불안에 떨며 한 순간도 마음의 평화를 누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천체 변동에 관한 것이었다. ˙˙˙ 그 때문에 그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걱정에 빠져 있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평범한 삶의 즐거움을 누릴 여유도 없었다. 」
「부인과 소녀들은 섬에 갇힌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라퓨타에서는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지만 여인들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했고, 특별 허가가 없이는 갈 수 없는 수도에서 즐겁게 놀아보고 싶어 했다. 그런데 특별 허가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이유는 지상으로 내려간 여인들을 다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
「국민들도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어 자신들의 자유와 재산에 관련된 문제에서 어느 정도까지 반항해도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국왕도 단단히 화가 나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짓눌러버리겠노라 결심을 하더라도 아주 천천히 내려가라고 명령하다 국민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사실은 섬 바닥이 부서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
☞ 이 문장은 특히 마음에 드는 풍자이다.
「다섯 달 뒤에 돌아온 그들의 머릿속은 어설픈 수학 지식과 하늘을 나는 섬 주민들의 변덕으로 가득해져 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지금까지 해오던 모든 방식을 부정하고 예술과 과학, 언어, 기술을 모두 새로운 기반 위에 세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 다만 한 가지 불행한 일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완성된 계획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나라는 비참하리만치 황폐해졌다. 집은 폐허가 되고 국민들은 헐벗고 굶주렸지만 교수들은 낙심하기는커녕 희망 반 절망 반의 심정으로 더욱 연구에 몰두했다.」
「언어란 서로 뜻을 전하고 사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쓰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한다면 그러한 목적은 실패하게 된다. ˙˙˙ 이것은 차라리 모르는 것보다 더욱 나쁘다고 했다. 인간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거짓말의 능력에 대해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오로지 이것뿐이었다. 」
「"사람을 지키겠다고 만든 법이 어떻게 사람들을 파멸로 이끈단 말이냐?"」
☞ 휴이넘의 말
「정치와 법률 제도라는 것은 말하자면 너희의 이성, 다시 말해 덕성에 중대한 결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성적인 동물을 통치하는 데에는 이성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네가 들려준 너와 너의 나라에 대한 설명으로 판단하건대 너희에게 도저히 이성이 있다고는 판단할 수 없다. 」
「나는 음탕하고 아양을 떨며, 남을 헐뜯고 흉보는 여성들의 습성이 천성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개탄스러웠다.」
「털이 붉은 것은 암수를 가리지 않고 음탕하고 간악했으며 힘도 좋고 활발했다. 」
☞ 이 구절들은 정말 의문이 든 부분 중 하나. 편견을 천성으로 다시금 만드는 게 이상했다. 걸리버야 뭐 그렇다 쳐도 작가의 의도가 의심되는 구절이었다. 출판된 게 꽤 이전이니 고려해서 읽게 된다.
「그들의 위대한 원칙은 이성을 길러 첫째도 둘째도 이성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이성은 우리처럼 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흐릿해지고 변색되어 그럴듯한 쟁점이나 만들어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닌 하나의 신념이다. 」
「결혼을 할 경우에는 흉한 잡종이 나오지 않도록 배우자를 선택할 때 털의 색깔을 신중하게 선택한다. 남성은 힘이 존중되고 여성은 미모가 존중되는데 애정 때문이 아니라 종족의 퇴화를 막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만약 여성이 강한 힘을 갖고 있다면 아름다운 남성을 선택한다. 」
☞ 앞뒤가 맞는 문장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완벽에 가깝게 묘사되는 휴이넘의 특성조차 애매하게 보인다.
「주인은 우리가 남녀를 구별하며 여성에게만 가사를 가르치는 것을 아주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랬다간 주인의 말대로 국민의 절반이 아이를 낳는 일 외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 가사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게 별로였다. 앞 문장은 풍자로서 괜찮지만 뒷문장에서 말아먹었다고 생각함.
「다소나마 이성을 갖추고 어느 정도 문명을 이륙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휴이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야후와 다를 바가 없다. 」
☞ 휴이넘은 은근히 자비롭지도 않고 편견이 없지도 않다.
「휴이넘에는 사악하다는 의미를 표현하는 단어가 없다. 만일 표현한다면 야후의 추악한 모습이나 나쁜 점에서 빌려온다.」
☞ 결국 완벽하다는 그 휴이넘도 다른 개체를 경멸하고 언어로서 더욱 공고히 하는 관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보였다.
「이곳에는 나의 건강을 해치는 의사도, 파산시키는 변호사도, 언행을 감시하는 밀고자도 없었다. 」
《경험의 참된 목적은 사람들을 현명하게 만들고 여러 나라에서 체험한 장점과 단점을 본보기 삼아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선발주자는 점차 후발주자에 떠밀려 잊혀진다.》
《경건한 원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저주받을 학살이 바로 우상숭배를 하는 야만인을 개종 또는 계몽시킨다는 식민지의 실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