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1박 2일 급번개 강릉 여행
갑자기 바다를 너무 보고싶어졌다.
저번 달 쯤에는 가려고 교통편을 알아봐도 영 없었는데,
이번에는 전날 기대도 안 하고 조회해보았다가
교통편이 있는 걸 보고 잠을 잤다.
일어나서 아침 등산을 잠시 하다가, 길을 잃어서 ^^..
중도 하산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민을 했다.
갈까 말까?
근데, 안 가면 너무너무 재미없는 하루가 될 것 같아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당일치기라면 좋겠지만, 가서 너무 돌아오기 싫어지거나...
다른 사정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세안용품과 양말 등을 챙겨서 갔다.
그리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아직 예매도 전이었고,
결국 부랴부랴 짐을 챙긴 탓에 5분 정도 늦어
생각해두었던 대로 이동하지 못했다. ㅠㅠ
그래서 생각보다 네 시간이나 뒤에 강릉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덕에 당일치기를 하려면 강릉에 발을 딛고 30분 내로
다시 돌아오는 차를 타야 했기에...
가는 길에 급하게 숙소를 예약했다.
빌어먹을 성수기에 걸려버려서 가격도 장소도 시설도
너무너무 맘에 안 드는 곳에 묵게 되었다.
그저 안전한 (??) 찜질방이다 생각하고 묵기로 결심.
그리고 숙소에 대충 짐을 던져놓고 가벼운 몸으로
해변에 도착했다~
숙소는.... 나는 역시 에어비엔비는 절대 안 맞는다.
미치겠음 ㅠㅠ
너무 찝찝하다 전체적으로.
그리고 나한테 말 거는 거 너무 싫어~
혼자 있고 싶고, 친구랑 있고 싶어서 온 건데
굳이 굳이 내 숙소로 정한 곳에서 다른 소통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나에게 숙소 선택권이 없어서,
침대도 원래는 더블 이상에서 자는데
강제 싱글이었고...
너무 딱딱하고 잠도 안 오고
ㅠㅠㅠ
잠 별로 자지도 못했지만 늦잠은 안 잤다.
5시 반에 기상해서, 씻고 6시에 아침바다를 보러 걸어 나갔다.
사진 크기 줄이기가 귀찮다. ㅎㅎ
역시 아침 바다는 최고였다.
참고로 나는 이 1박 2일 일정에서, 첫날의 저녁과
마지막 날의 아침 바다를 제외하면 바닷물과 가까이 있지 않았다.
사람 너무 바글바글해서 대충만 봐도 진절머리가..ㅎㅎ
굳이 핫플에는 낄 마음이 없다.
새벽이나 저녁의 한산한 바다가 제일 좋아~
길 잃을 뻔한 길목에서 만난 겹벚꽃.
화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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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걸어주고, 또 걷고, 걷다가 시장 쪽을 돌았다.
사실 바다에서 돌아오는 순간부터 아침은 국밥류를 먹어야겠다고 다짐.
여행 오기 직전 과식으로... 소화기관이 죽었었다.
그래서 첫날도 버스 타기 전 먹은 샌드위치가 유일한 한 끼.
그걸 잠자기 전까지 소화를 못해서 슬펐다 ㅜㅜ
아침 바다를 보면서 시간을 보고
약국이 여는 시간 즈음에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산 후 국밥을 먹으러 돌아다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버스 타고 가다가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서,
그 정류장 앞의 약국이 열었기에 소화제를 하나 샀다.
그리고 근처에 로또 판매점이 있었는데 뭔가 기분 좋은 여행 둘째 날 아침인 지금,
복권을 사면 당첨이 될 것 같은..!!
그런 멋진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착착 진행이 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 이따 복권 사야겠네. 하고 체크아웃하러 갔다.
이전에 혼자 갔던 여행에서 화장실에 클렌징 폼을 두고 온 기억이 있어서
화장실을 세 번 정도 확인하고 ㅋㅋㅋㅋ
정말 아무것도 두고 가는 게 없는지 확인한 후에 체크아웃하고 나왔다.
그리고 무거워진 가방을 들고 ㅠㅠ
로또를 자동으로 5천 원어치 사주고~
시장 쪽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사실 그쪽에 뭔가 큰맘할매순대국이랄지, 있을 거 같았는데 없더라.
그래서 대충 검색해서 리뷰 많은 곳을 찾아서 간 곳이 광덕식당이라는 곳이다.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사실 소머리국밥.. 처음 먹어보는 거였다.
메뉴 이름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먹을 생각 안 해봄ㅋㅋㅋㅋ
근데 그냥 고깃국이던데.
저기 깍두기는 딱 괜찮았고 김치가 매웠다.
나는 소화기관이 뒤진 인간이기 때문에
맵고 짜고 달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정한 음식이 국밥이었던 건데...
생각보다 기름진 모양이라 아쉬웠다.
소화제 먹어서 소화는 무리가 없었음~~!!
그리고 여기 냉방 오졌다.
더운 음식이라 걱정했는데 응~ 이미 한여름의 냉방 수준.
사람 많았다. 아침부터...
커플도 많고.
ㅇㅇ
사실 나는 사람 없는 식당보다 이렇게
사람 많은 맛집이 혼밥 하기가 더 수월하다.
그냥 진짜 아무도 나한테 신경 안 쓰는 게 느껴져서 좋음.
ㅋㅋㅋㅋㅋㅋ
괜히 가게에 아무도 없으면 그게 뻘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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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든든하게 한 끼 완료하고 다시 바다로 갔다.
바다 색이 너무 예쁘다. ㅠㅠ
가급적 이 숲으로 걸었다.
타 죽어요 타 죽어.
이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도 엄청 이쁘고.
선선하니 좋고.
바닥도 바다모래는 푹푹 꺼지는데 여기는 단단하고.
사람도 바다 쪽보다 덜하니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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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반나절을 계속 바다를 보며 걸었다.
대충 안목에-경포까지 걸어갔는데...
어디까지 걸어가야 사람 적은 한적한 바다가 나올까
생각하며 걸어간 거였다.
돌아갈 것까지 생각하면 더 이상 걷기 곤란한 지점까지 와서야
아... 가망 없다 ^^ 싶어서 다시 안목으로 돌아감.
많은 인파에 어디 들어가 쉴 생각을 하기도 어려웠고,
소화제 먹고 걷는다고 소화도 좀 되고 몸에 수분이 너무 없는 느낌이라
편의점에서 방울토마토 사서 먹으면서 걸었다.
방울토마토 너무 비싸~
사실 사과랑 포도랑 토마토 세트를 먹고 싶었는데
씻어서 나온 제품이 없어서 실패 ㅠㅠ
그리고 버스 시간을 앞두고, 사람 없고 앉아서 쉴 카페를 찾아서 갔다.
챙겨 온 책과 카페의 와일드베리티
나는 버스에서 멀미를 전혀 안 하기도 하고,
버스에서 하는 독서가 은근 집중이 잘 되더라.
그래서 짐 챙길 때 집어온 책.
걸리버놈은 여혐을 참 잘한다.
재수 없어...
언어천재인듯하다.
지금 거의 다 읽었으니 조만간 후기글 올릴 수 있겠지.
사실 요즘 바쁜데 그만큼 안정 취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해서 고민이다.
참고로 이틀 공부하고 오늘 쉬는 날로 정해뒀음.
근데 내일도 쉬고 싶을 듯 ㅠㅠ
이 여행 전에도 놀고, 놀아서 노는 시간을 줄여야 일정을 맞출 수 있는데...
여하튼, 이 카페는 북카페였다.
북카페는 처음이었는데 너무 조용하고 좋았다. 손님도 두 세명 있었는데
다들 조용히 할 일을 하는 손님들이었음.
나도 얌전히 책 보고 차 마시고.
알아보니까 요즘 책방이나 북카페 같은 곳에서 숙박을 하는,
이른바 북스테이라는 게 있더라.
혼자 여행 와서 한 번쯤 해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숙박은 무조건 호텔파, 특히 혼자라면 더더욱 강경호텔파이지만...
그래도 요즘 책을 너무 사랑하니깐.
다음에 해볼 리스트로 넣어두겠다.
아 그리고
사실 여기 메뉴판 쓸데없이 영어 엄청 써놔서 아 뭐라는 거야.. 싶었다.
단 거는 마시고 싶지 않았고 무난한 차... 생각하다가
와일드베리를 주문했는데 대만족이었다.
딱 내가 기대한 맛.
잔도 너무 이쁘지 않나요?...
여기서 다이어리도 조금 쓰고, 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창밖 보면서 멍 때리고...
그러다가 버스 시간 한 시간 전에 집으로 갈 채비를 시작했다.
막차를 타고 가는 거기 때문에 혹여라도 시간이 미스 나면...
이 지옥 같은 성수기에 하루를 더 보내야 하는 거였다.
너무 싫다 ㅠㅠ
잠자리도 너무 불편했어서 얼른 편안한 내 침대에서 자고 싶었다.
그리고 터미널에서 커피빵을 샀는데,
너무 궁금해서 하나만 파는 거 어디 없나.. 했더니
터미널 신라명과에서 팔더라.
종류별로 두 개씩 사서 하나씩 가족들 맛보라고 줌.
그리고 오는 길에 로또 확인.
개웃겨
그래도 나 오프라인으로 사서 당첨된 적은 처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풍경 맛집 강릉이라
밥도 안 먹고 걷기만 했더니 이렇게 됐다.
참고로... 새끼발가락에 물집 잡혔다가 딱지가 되어 지금도 나와 함께 중이다.
이건 돌아오는 길에 산 그 커피빵.
무슨 맛이냐면 그냥 커피 원두향이 나는 팥빵이다.
빵이 좀 맨질맨질한 편? 부담스러...
귀엽게 생기긴 했다.
그리고 커피랑 먹으면 재미있을 듯.
나는 커피를 안 마셔서... ㅎ
아무튼 강릉의 풍경에 너무 만족한 여행이었다.
역시 여행은 혼자 가야 편하다.
먹기 싫은 거 안 먹고
가기 싫은 곳 안 가고
걷고 싶은 만큼 걷고
아주 내 맘대로 너무 좋아 ㅎ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비성수기에 다시 다녀올 생각이다.
바다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