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읽음
별점 ★★★★★
읽게 된 계기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에서, 추석 책 추천 영상 중 '파과'가 있기에 그 영상을 시청했다.
댓글로도 사람들이 추천 책을 나누고 있어서 살펴보는데 어떤 분이 이 책을 추천하셨다.
그래서 저번에 도서관에 가서 보니 이 책이 있어서, 빌려왔다 ^___^
책의 내용
미술작품을 조금씩 소개하면서 철학 이야기도 같이 해준다.
적당한 호흡으로 이루어져서 잘 읽힌다.
내 기억에 남은 것
28p 그러므로 니체는 말한다. 신은 죽었으므로 신의 위치를 향하여 스스로를 드높이는 삶을 살라. 영원회귀의 깨달음 속에서도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춤추는 삶을 사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다.
☞ 뮤지컬 <V 에버 애프터> 같다. 신은 죽었다.부터... 아마 니체에게 영향을 받아서 썼던 뮤지컬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때 '신'이라는 단어에 낯섦을 느껴서 극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경향이 있는데 그 점이 아쉽다.
지금은 철학 책을 읽으며 그 뮤지컬에서 말했던 '신'이라는 것이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무신론'에 가깝게 이야기 한 것이라는 걸 알 것 같아서 또 보고 싶은데. 앵콜 공연도 이미 다 끝나버렸다.
인생은 역시 타이밍이다.
니체가 정말 재밌는 거 같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가 온 걸까.
저자의 최애가 '주디스 슈클라' 라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보려고 검색했는데, 저서가 <일상의 악덕> 뿐이다.
논문을 읽어봐야 겠다.
79p 홉스의 철학에서 사람은 타고난 본성이 악한 게 아니다. '악한 인간'이 아니라 '두려운 인간'이다.
☞ 나는 성악설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성선설도 지지하지 않는데, 그래서 성악설을 지지한다고 배웠던 홉스에게 거리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에 사회문화를 배우면서 한 생각이었을 테다. 하지만 '악'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려주니 홉스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이해가 간 것이지 나도 같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164p 이것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는 좀 더 의미심장한 이유가 붙는다. 정의의 여신 손에 들린 칼이 양날인 이유는, 형벌의 본질은 물리적 폭력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남용된다면 결국 사회에도 부담이 되고 나 자신을 다치게 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힘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남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 뮤지컬 <비더슈탄트>를 현재 8번 본 사람으로서, '양날의 검'이라는 단어를 보고 해당 뮤지컬을 떠올리지 않는 법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생각해보게 됐다. 뮤지컬 비더슈탄트에서는 주인공 매그너스가 자신의 힘을 키워 개인적으로 소중한 사람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 자신의 소중한 사람과 충돌하게 되고, 뜻과는 달리 소중한 이와 멀어진 상태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이 뮤지컬에서, 주인공 매그너스는 양날의 검을 쥐고 펜싱 시합에서 동료 프레드릭과 결승전을 겨룬다. 결승전에서 매그너스는 승리하지만, 그는 동료인 프레드릭을 벤 사람이 되었다. 그는 이제 히틀러를 마주하고, 히틀러를 베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하고, 그의 선생이었던 클레어는 매그너스에게 총을 쏜다. 매그너스는 총에 맞아 쓰러지고, 쓰러져있던 프레드릭이 클레어를 찌른다. 클레어도 칼에 맞아 쓰러지고, 학생들의 다른 동료인 하겐, 재스퍼가 매그너스와 프레드릭을 향해 달려간다.
결국 이 뮤지컬의 엔딩은, 물리적인 폭력을 행한 이들의 죽음 뿐이다.
제목은 '저항'이지만, 저항의 결과가 죽음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폭력의 결과는 결국 본인에게도 폭력'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어쩌다 보니 독후감에 뮤지컬 후기를 적게 되었다. 뮤지컬 후기에도 이 글을 백업해야지...
이 책이 나에게 영향을 끼친 점
미술관에 가면 조금 더 오래 미술작품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족
292페이지. 독서시간 2시간 10분.
2021년 출판되어서 매우 최신 책이다.
중간에 각주로 '국 중의 국은 BTS의 정국이다.'라고 하는데 음...
조금 판이 깨져서 아쉬웠다 ^^_...
「주인들의 경우에는 좋음이라는 것이 우선 존재하고, 거기에서 나쁨이 정의되는 순서다. 하지만 노예들은 반대다. 내가 느끼는 좋은 것에서 시작해 뭔가가 정의되는 게 아니라, 상대에 대한 부정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나의 정의가 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부터, 즉 외부로부터 파생되어 왔다는 점에서 자율적이지 못하고 그래서 노예다.」
「그러므로 니체는 말한다. 신은 죽었으므로 신의 위치를 향하여 스스로를 드높이는 삶을 살라. 영원회귀의 깨달음 속에서도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춤추는 삶을 사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다.」
「시간은 개인화되었으되 그 안의 사람들은 아직 충분히 개인화되지 못했다. 생애주기별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답이 존재하며 다양한 선택지가 없는 나라. ··· 우리는 개인화된 시간 속에 살지만 아직 충분히 개인화되지 못했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했다.」
《그림은 대체로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생각의 도구가 된다. 》
《철학과 미술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사유하게 만드는 데 그 아름다운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