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타운] 자첫
별점 ★★★★★
보게 된 계기
하데스타운은 정말 길게 한 공연이다.
작년 9월부터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작년 9월이면, 내가 우주대스타 앵콜 공연을 기다리던 시기다.
개막 전부터, 괜찮은 극이라는 이야기를 봤기 때문에
한 번은 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지인의 본진 배우인 박강현 배우가 캐스팅되어있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김수하 배우도 있고.
캐슷도 괜찮고, 기간도 기니 그냥 흘러가듯~ 보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티켓팅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한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티켓팅 이야기를 보고 나니 이러다 못사되겠는걸?
근데 너무 비싸잖아~ 난 오피 아니면 안 갈듯. 근데 티켓팅은 안 하고. ㅋ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파크에 들어가서 날짜별로 캐슷을 보고,
보안문자 치는 거 귀찮네~ 하며 아무데나 들어가서 쳤는데
엥? 오피 1열이 있는거다.
그래서 우선 잡았다. 잡아졌다.
이게 뭐지?
이틀 뒤 공연이기에 무통장이 막혀 있어서,
결제 전에 캐슷을 확인했다.
오르페우스 역에 박강현,
헤르메스 역에 최재림,
페르세포네 역에 김선영 배우면 너무 좋은 캐슷 아닌가?
다 아는 배우들이었다.
에우리디케는 둘 다 괜찮았고, 하데스 역은 사실 상관 없어서.
되게 내가 자첫해보고 싶던 캐슷인 걸 확인하고 바로 결제를 했다.
결제를 하고서도 얼떨떨해서 잠이 안 왔다. ㅋㅋㅋㅋ
이렇게 오피1열을 줍줍해서 자첫을 하는구나. 싶었다.
심지어 토핑할인도 돼서 9만원에!
내가 자첫하기에 너무~ 완벽해서 이게 꿈이야 생시야 했던 순간.
그렇게 나는 하타를 자첫하게 되었다!
자리와 운명이 점지해준 나의 자첫. ㅎㅎ
내용
우리가 어렸을 때에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이야기가 배경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라고 말하면 이름은 익숙한데
나는 신화를 감명깊게 본 게 적어서, 무슨 이야기였는지 딱 떠오르진 않았다.
(내가 딱 떠올릴 수 있는 신화는 에코 이야기 정도?)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 신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다시 적어보겠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그걸 또 마지막쯤까지 가서야
뒤를 돌아봐버려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청년이 기억나는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말이다!!
나는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ㅎㅎ
아무튼 그 딱 내용이고,
헤르메스가 중계를 해주는 식이다.
아, 그래도 이게 2018년인가 2019년에 나온 작품이라
여타 라이선스 대극장들보다는 현대적이다.
그래서 그게 반영이 된 각색 부분은 에우리디케가 지하세계로 가는 이유이다.
신화에서는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서 정말로 죽었기 때문에 지하세계로 간 것인데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는 에우리디케가 죽어서 간 것이 아니고,
춥고 배고프고 힘든 지상생활 속에서 오르페우스는 봄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노래를 만드는 것에 힘쓰다보니
에우리디케의 부름을 듣지 못했고, 그런 상황을 놓치지 않고 하데스가 에우리디케에게 지하로 오겠냐고
권했(꼬셨)기 때문이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에우리디케는 하데스를 따라 지하세계로 가는 열차를 탔고,
계약서까지 쓴 상황으로 전개된다.
특히 엔딩이 정말 인상 깊은데
스포성이 있으므로 접어두겠다!
결말을 알면서도 계속 노래하는 것이 인간이라며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는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같은 결말을 겪을지라도, 둘은 어김없이 사랑은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극 보기 전 이야기
오랜만에 빨간버스를 타고 갔다!
내가 안과에 가는 길처럼 강남까지 간 후에,
걸어서 20~25분 정도면 도착하길래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가는 걸 택했다.
그런데, 나는 서울의 오르막길을 간과한 것이다...
오르막길에서 후회막심했으나 이미 가기로 정한 길 후퇴는 하지 말자는 마음을 되새기며
무사히 늦지 않고 도착을 했다!
입구 찾아서 헤맬 줄 알았는데 혼자 들어가는 여자분이 연속으로 있길래
저긴가보다! 하고 들어갔다.
티켓을 무사히 찾고~
캐스팅보드를 찍으러 올라갔다.
올라가면 바로 문진표와 백신패스 인증을 해준다.
그리고 캐보 줄을 보니 참 길었다 ㅎㅎ
지인에게 말하니 원래 길다고 하더라!
줄 서서 까먹고 안 하고 있던 스페인어 어플 공부 출석을 잽싸게 하고
캐보를 찍고 공연 10분전쯤 입장했다!
옆자리 사람들이 아는 사이인지 또 떠들어서 불편했다.
요즈음 1열에 가면 떠드는 연뮤덕들이 있어서 짜증이 좀 난다.
알 거 다 아는 사람들이 떠드는 게 제일 불쾌한 나 ㅠㅠ
본 공연 이야기
입장하고 보니 대극장치고는 무대가 자그마했고,
나는 1열 오피석이었기 때문에 무대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원래 나는 전진러이기도 하고!
오피석 1열은 무려 S석 가격과 같은 10만원이기때문에
나는 전혀 불만 없다 ㅎㅎ 심지어 토핑할인도 돼서 9만원이었는걸!
나는 극의 시작이 되게 예상외라고 느꼈던 게,
배우들이 차례차례 걸어서 나온다!
그리고 인물 설명이 이어지고 박수를 받는 게 되게 새로웠다.
그리고 스모그가 나를 잠식한다!
웨잇포미 넘버 때, 조명이 날아다니는데 그게 내 위로 와서 약간 집중력 분산되었지만
재미있었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은 알던 신화 내용이었지만,
결말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캐릭터, 신들도 좋았다.
역시 신화는 인간을 투영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여러모로 인간적인 면모가 잘 보였다.
나 맛있는 헤테로 좋아하네!! 라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
가장 좋았던 건,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보았던 '의심'이
배우자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이 상황에 대한 의심, 하데스에 대한 의심으로 표현되어서 좋았다.
나는 사실 이걸 '의심'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지가 않은데,
내가 보기에 오르페우스의 감정은 의심보다는 '걱정'이었다.
만약에, 내 뒤에 에우리디케가 없고, 나 혼자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라면
그것은 의미가 없을테니까.
의미가 없는 미래가 암담하게 느껴지니 그걸 다시 돌이키려면 지금이라도 '확인'을 해봐야했던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오르페우스가 밉지도, 한심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는다.
지극히도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에우리디케도 돌아보게 된 오르페우스가 원망스럽다기보다는 그저 슬프지 않았을까.
하데스의 마음을 돌리고 돌려 노력한 오르페우스였는데,
어려운 조건 때문에 생이별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기다려달라고 노래하며 지하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가 너무 좋았다...
박강현 배우가 연기하는 오르페우스가 좋았던 거 같기도 하다.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사실 얼굴도 취향이다.
자신의 실수를 알고 만회하고자 죽음까지 무릅쓰는 사랑을 어찌 무시할 수가 있겠나 ㅠㅠ
사실 오르페우스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봄을 불러올 곡을 쓰는 것에 매진한 것도 있지만
그에게 또 세상은 에우리디케가 아니었을까?
추위에 떠는 에우리디케를 위해서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 행동이 또 에우리디케를 떠나보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르페우스도 그 결과를 알았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웨잇포미는 이 극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인데,
유투브를 보면 정말 현장에서 들어야 한다는 댓글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기대하고 봤는데 웬걸, 기대 이상이었다!
1열이었기 때문에 배우는 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데다
웨잇포미 할 때는 가고자 하는 포부가 있어서 무대 중앙 가장 가까이로 나와 노래를 했다.
그래서 박강현 배우가 노래할 때 몸의 잔떨림이 보였다.
나는 정말 그 순간... 가슴이 설렜다 ㅜ.ㅜ
열심히 하는 배우, 잘하는 배우 너무 좋다!!!
사실 나는 딱 그때부터 오르페우스에게 호의적이었던 것 같다.
지하세계로 와서 일꾼들에게 맞는 것도 마음이 아팠고말이다.
나는 폭력적인 장면을 참 싫어하는 편이라,
지인이 내가 이 극을 볼 때 이 장면때문에 싫어하지않을까 걱정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1열이라 누워서 맞는 거 반쯤은 보이지도 않았고,
발길질 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으나 그게 허공에 이어지고 있다는 게 내 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과몰입방지)
사실 무엇보다도, 그 폭력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감정적 서사가 없다는 점이 나에게
폭력적인 장면의 불쾌함을 주지 않은 것 같다.
일꾼들이, 오르페우스가 정말 싫고 패고 싶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다기 보다는
하데스의 일꾼으로서 감정이 결여되어있고, 그저 꼭두각시인 느낌...
이게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이 극이 일꾼 캐릭터들에게 부여한 특징이 폭력성은 아니지않은가.
그래서 좋았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도 이 극의 서사에서 중요한데,
애초에 하데스가 에우리디케에게 다가가 지하세계로 오라고 한 이유가
페르세포네와의 커뮤니케이션 오류... 엇나간 사랑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내가 보고 이해를 못했어서, 인터미션에 로비로 나가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에우리디케가 지하로 오길 원한 하데스의 심정을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말해준 바에 따르면,
페르세포네가 있는 곳은 따뜻하고 싹이 돋아난다.
하지만 페르세포네가 지하로 가게 되면 지상은 다시 황폐해진다. (계절의 변화)
하지만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사랑하여, 계속 지하세계에서 함께 하고 싶어했고
그 시간을 늘리자 지상은 더욱 황폐해져서 지상의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상에 있다가 지하로 온 페르세포네에게 하데스는 나름의 선물을 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지하세계의 일꾼들과 공장, 따끈한 지옥의 열기...!
페르세포네가 따뜻한 것을 좋아하니까 만든 것이라고.
그걸 보여주며 하데스는 페르세포네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페르세포네는 이미 지상의 황폐함을 뒤로 하고 온 상황,
지하와 지상을 모두 알고 있는 그녀에게 이러한 지하의 상황은 전혀 반가울 것이 없었다.
그러니 거기에서 하데스의 사랑을 느끼겠는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그렇게 서로 다투게 되고,
하데스는 그 나름대로 속이 상하여, 이런 것을 소중히 여길 자를 불러들인 것이다.
그 자가 바로 에우리디케였던 것.
에우리디케는 추위에 떨다보니 하데스의 말들이 정말 좋게 들렸을 것이고,
지하세계가 너무 좋아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우리디케가 어리석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에우리디케는 애초에 안락한 생활을 삶의 우선으로 삼아올만한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첫등장부터, 혼자서 버텨가는 모습이 인상깊었으므로.
하지만 그렇다고 에우리디케가 혼자서는 살지도 못하고,
남에게 의존하기만 하는 자인가? 하면 그것도 절대 아니다.
왜냐면 극복해보려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려고 무려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지 않은가?
자신의 할 일이 있었던 오르페우스를 끌고 데려가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에우리디케는 독립적이기도 한 인물이다.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의 슬픈 사랑과 이별은,
여러 인물들의 인간적인 감정들이 얽혀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런 선택들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고
어쩌면 정말 사소하기도 해서
다음에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참 인간적인 마음이다.
그런 점이 이 극의 회전을 불러오는 게 아닐까.
재관람 여부
나는, 그래서 다시 보러 가기로 했다 ^_^
「이 노래를 만들고 나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 거라 믿는 것.》
《Come home, With me.》
《Wait Fo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