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독서 후기

2023. 4. 3. 17:30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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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04.02]

별점 ★


읽게 된 계기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읽으면서,
아 맞아 나 마이클 샌델이 하는 이야기의 논점들을 좋아했지. 싶었다. 
 
그러다가 동네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다. 
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무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니.
 
자본주의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던 차에 만난 이 책의 제목이 좋아서 바로 구매했다.
구매한 시점이 작년 12월 즈음일 것이다. 
3개월이 넘어서, 늦게 읽었나 싶지만 
스페인 여행과 태국 여행을 마치고 
책을 연체를 하고.. . (죄송합니다) 
대출정지인 김에 집에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첫 책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책의 내용

자본주의 하의 시장이 가지는 도덕적 한계를 살펴보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책이다. 
 

내 기억에 남은 것 
우리 생활 속 놀이공원에서의 일명 '새치기권'은 우리나라의 대표 놀이공원인 롯데월드에서 '매직패스'였던 것의 유료화 서비스이다. 디즈니 랜드에서 이런 서비스를 최초 시행했고, 그다음이 유니버설. 2006년에 롯데월드에서도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책이 출판되던 2012년에는 롯데월드의 매직패스가 공통적으로 3번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무료 3번을 유지하되 유료를 추가했다. 시간이 흘러, 그마저도... 2022년인 작년, 무료 3번의 매직패스를 없애고 유료로만 돌렸다고 한다. 공평하게 모두가 3번을 받아 어느 놀이기구에서 매직패스를 사용할지 고민하고, 또 선착순으로 클릭하면서 맘졸였던 기억이 다 옛말이라는 것. 
이런 모습으로 정말 '불평등'이라는 것이 놀이공원이라는 장소에서 공공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저번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이 화두가 된 것을 보았다. '롯데월드 매직패스에 극대노한 아버지'라는 글이다. 
그 글의 요지는, 한 가족의 가장인 필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롯데월드에 갔더니, 매직패스라는 유료 새치기권이 즐비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는 매직패스를 구매할 것을 권했으나 필자는 모두가 평등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곳에서 돈으로 새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구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정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면 그건, 같은 서비스에 더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새치기를 시키는 게 아니라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 

그 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을 괜히 필자가 유난을 떤 것이라며 대부분 몰매를 맞았지만, 나는 적어도 그 글의 화제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본주의에서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사고파는 것들에는 윤리와 평등이 있다. 

우리는 아무리 자본주의사회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사고 팔아서는 안 된다고 여길만한 게 있다.

그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에 이 책만한 게 없을 것이다. 

65p 줄서기 도덕은 '선착순' 원칙으로 평등주의적 매력을 지닌다. 

이 책이 출판되고 10년이 흐른 지금, 
줄 서기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줄 서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바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여 유명세를 탄 대표적인 식당, 돈가스 판매점 '연돈'이다. 

그리고 명품을 줄 서서 구매하는 것이나, 
애플 시리즈와 같이 유명한 전자기기의 출시일에 줄서서 구매하는 모습도 떠오른다.

보통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선착순 줄서기'의 특성상, 시간 대신 돈을 더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 대신에 줄을 서달라고 돈을 내민다. 
그리고 남는 게 오로지 '시간'인 사람들이 주로 그 돈을 받아 대신 줄을 선다. 

대신 줄 서는 사람들이 다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돈으로 상대방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사는 모습이 나타난다.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람들을 고용하는 모습은 흔해졌다. 
결국 선착순 줄에 서 있는 이들의 80퍼센트 이상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고용된 이들이 되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평등하게 선착순으로 줄을 선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고용된 이들의 모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이클 샌델이 말한 '줄서기 도덕과 평등주의적 매력'은 오늘날 사라졌다. 
물론, 고용된 그들 사이에서는 '평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공개되어 있진 않지만 각기 다른 이들에게 '다른 액수'로 고용되었을 것이리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 하에서, 금액으로 가치가 매겨진 이들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또한, 이젠 모두가 오프라인으로 줄을 서지도 않는다. 원격 온라인 줄서기 어플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는 오프라인 고객들, 다수의 중장년층의 경우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 홀로 오프라인으로 줄을 서다 곤란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누가 봐도 분명 자신이 먼저 줄을 섰는데, 웬 사람들이 와서 핸드폰을 보여주며 들어가니 이제 무슨 일인가 싶은 상황에 놓인 것.

적어도 오프라인에도 안내가 되어있어야 할텐데 식당들이 그렇게 하지 않아 소외되는 이들이 생긴다. 이러한 소외는 어지간하면 금전적으로 손해를 주지 않기에 개선이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72p 해리츠는 "출산을 할 권리가,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권리보다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이 말은 정말 이상하다. 
왜냐하면, 여기서 박탈된 것은 출산을 할 '권리'가 아니라 '능력'이다. 
권리라고 하면, 특별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이다. 
이 사례에서, 여성들은 돈을 대가로 불임술을 받았다. 그저 저는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단순한 약속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다. 
순 엉터리인 문장이다. 

심지어, 같은 중독자여도 남성들은 불임술을 받지 않고 여성에게만 강요되었다는 점을 마이클 샌델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201p 생명보험은 도덕적 타당성이 부족해서 19세기 중반이나 후반까지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발달하지 않았다.

되게 신기하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되게 자연스러운 개념이었다는 점도. 
나는 살면서 사람의 목숨에 가치를 매겨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왜 발달이 늦었는지 이해가 되지만, 너무 금방 확산되었다는 점도 신기하다. 

 

야구공을 잡다가 넘어져 놓친 사람과, 그 공을 얼떨결에 주운 사람이 서로 공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재판을 오래 했다고 한다. 결론은, 그 공을 팔아서 나오는 수익을 나누라는 것이었는데 그 공의 가격이 45만 달러였다고...
45만 달러가 얼마인지 보니 원화로 5억이 훨 넘었다. 
되게 추하다고 생각했는데, 추해질만한 금액이어서 신기했다. 
사람들은 공놀이를 참 좋아하는 구나... 

 

이 책이 나에게 영향을 끼친 점 

 
나도 이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희소성을 이용하곤 한다. 시장은 단순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거나, 남보다 더 좋은 것을 갈망하는 욕구가 강하거나, 물리적으로 앞자리가 선호되는 공연의 경우에 웃돈을 얹어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이돌 산업을 소비하면서 경쟁적인 공동 소비에 익숙해져 있었고,
공짜로 얹은 한정 물품을 비싼 가격에 제의받아 파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물건을 판매하는 시점에 최대한 높은 가격을 파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 행동이 질타를 받더라도 
사는 사람이 있고, 범죄가 아니며, 시장 논리에 따라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식으로 이익을 취한다고 생각하면 역시 그건 안 될 것이다. 
내 행동에 윤리적인 잣대를 좀 들이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족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후기는 
책 자체보다도 그 논점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적어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쓰기가 더 귀찮았다...
 
지금도 사실 이걸 언제 등록할지 모르겠다 ㅎ 
 
336페이지에 3시간 28분동안 읽었다. 평균적인 시간! 
 
2012년도에 출판되었는데, 지금 봐도 괜찮다. 


「시장은 훌륭한 선택과 저급한 선택을 구별하지 않는다.
 
「시장을 표용하면서 도덕적 · 정신적 논쟁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우리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공적 담론에서 도덕적 에너지와 시민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오늘날 많은 사회를 괴롭히는 기술관료 지향의 경영정치가 발달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건강을 관리하도록 돈을 주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장려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지향 사회의 결함 중 하나는 이러한 미덕이 쇠약해지게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공 삶을 회복하려면 좀 더 부지런히 미덕을 행사해야 한다.
 
「"더러워지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점점 시장가치와 상업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참된 정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삶의 구조를 다루는 것이며, 경제는 그러한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경제를 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매개는 윤리다.」
 


《사고 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과연 이렇게 살고 싶은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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