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까, 먹을까] 독서 후기

2023. 2. 12. 01:59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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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07]

별점 ★


읽게 된 계기

 

채식 관련된 책 리스트에 담아뒀던 책이다. 

밀리의 서재를 한달 구독하게 되면서, 내가 담아둔 책 중 최근 것들과 옛날 것들 임의로 골라서 밀리의 서재에 있는지 찾아두었는데 이 책이 있어서 다운을 받아두었다. 결국 e북으로 읽진 않았고, 구독이 종료된 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표지가 이미 너무 눈에 익어, 이 타이밍에 읽지 않으면 오래 읽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

 

다큐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이 해당 다큐를 만들기 전과 후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 엮을 책이다.

잡식 가족의 딜레마에서, 잡식 사회의 딜레마로 사고를 확장시켜주는 내용.

 

내 기억에 남은 것 
73p 인간은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비인간 동물에게 던져 그들에게 '누명'을 씌워왔다. 그래야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들의 가죽을 벗기거나 잡아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두 번의 죽음을 겪는다. 실제로 죽음과 멸종으로 몰리고, 문화 속에서는 인간을 해치는 포악한 가해자로 곡해됨으로써 또 죽는다.

☞ 이거 너무 옛날에 마녀사냥 하던 거 생각났다... 이번에 알쓸인잡 7화에서 다룬 <인간의 흑역사> 테마의 토크에서는, 이호 교수가 마녀사냥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새로 알게 됐던 것은, 마녀사냥이 재산을 약탈하는 수단으로 쓰였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녀사냥에 따르는 모든 비용은 희생자의 재산에서 가져갔다는 것이다. 단순히 증오의 대상이라기엔 마녀사냥의 희생자의 수가 상당했기에 그럴듯한 추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재산을 빼앗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 희생자에게 '누명'을 씌웠던 마녀사냥이 현재 가축들에게는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좋은 환경의 건강한 돼지들은 구제역도 잘 안 걸리고, 설령 걸리더라도 자연치유가 된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환절기가 감기를 걸리고, 다시 낫고 반복하면서 면역이 생기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돼지들이 처한 환경은 가혹해서, 다 죽어버리고 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무리 동물복지 농장이어도, 아무리 정성껏 자유롭게 길러진다고 말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은 비동물복지 농장에서와 같이 그 동물들도 '도축장'으로 향하게 된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충격이었다. 
그들이 행복하게 죽어봐야 얼마나 행복하냐는 말이다. 복지라는 것은,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보살피는 행위가 될 수 없다. 결국 도축장에 동물을 보내는 시스템 하에 있다면, 그 시설에는 동물복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도축장은 더이상 현대에서 도축장이라는 이름도 아니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대체되어 불리고 있다. 
결국 비인간 동물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모두가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새삼 통탄스러웠다.  
도축장이나, 관련 시설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중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분의 인터뷰 내용 중 "명령에 의해서 하는 거지만 과연 내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다. 이런 생각도 하고요"라는 말이었다. 과연 이 시스템 하에서 나는 판단이라는 걸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죽이는' 시설에서 일을 하다 보니 신체의 일부를 잃는 사고 또는 사망 사고도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며, 그것을 같은 동료끼리 목격하곤 한다는 것은 공포였다. 우리는 왜 그깟 '고기'를 마음껏 먹겠다고, 비인간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일에 얼마나 많은 '인간'까지 죽게 내몰았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새로운 질병의 등장은 공장식 축산을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으며, 인간에 대한 경고라는 말도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 아주 큰 팬데믹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아무도 공장식 축산이 원인일거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초창기, 이 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왔으며, 누군가가 박쥐를 먹어서 생긴 일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 말이다. 이전의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인플루엔자는 비인간동물을 통해 온 것이 인간인 우리에게 치명적이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비인간동물과 인간은 생태계를 공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비인간동물들의 환경을 질병에 취약한 환경으로 만들었다. 결국 우리 인류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주장은 다소 비약일진 몰라도,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실보단 득이 크리라 생각한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방법으로, 축산 암모니아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이 꼽혔다는 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과도한 공장식 축산의 대가를 많은 곳에서 치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육식 사태를, 소크라테스는 이미 저서 <국가론> 에서 예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국가론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헨리 포드는 공장식 도축장을 보고 자동차 조립 공장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동차 공장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나치에 지원했다고 한다. 끔찍한 순환이다... 

 

사족

372페이지. 독서시간은 약 3시간 40분! 

예상했던 내용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었다. 

2018년에 쓰여진 책이라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서 아쉽다. 

개정판 나오면 좋겠다. 

 


「개와 고양이처럼, 돼지 역시 꼬리를 보면 어느 정도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업체가 세운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이는 동물은 물론 노동자 자신도 생명이라는 걸 잊고 기계가 되어야 한다.

「"우리집 옆에는 안 돼"라고 하기엔, 우리는 너무 좁은 국토에 너무 많은 '식용 동물'을 사육한다.

「'착한 육식'은 가능한가? 그것은 '착한 사육', '착한 도살'이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질문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동물을 먹는다는 건, 원래 불편한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동물을 먹어왔다.

 

 


고기를 먹기 위해선 누군가는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전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동물들에게 편안하고 행복한 환경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도 편안하고 행복한 환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상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이 더렵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을 것인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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