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읽음

2023. 2. 3. 22:02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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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31]

별점 ★


읽게 된 계기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서 겪은 인종차별은 나에게 꽤 충격이었다.

다른 문화에서 오는 낯섦이라면, 내가 그들의 땅에 왔으니 최대한 맞춰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스페인어를 최대한 하고, 영어를 당연하게 요구하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공부해서 최대한 맞춰주었다. 

하지만 인종차별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냥, 내가 '다르다'라고 인식되는 짧은 순간에 치고 지나가는 게 흔한 인종차별이었다.

 

그래서 이런 인종차별은 '왜' 생기는 것인지 궁금해졌고, 검색을 했다. 

그 검색 과정에서,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을 접하여 위시리스트에 넣었다. 

그리고 귀국 후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먼저 찾았다. 

 

책의 내용

 

힐빌리 출신의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힐빌리(hillbilly)라는 명칭은 멸칭이다.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곳의 가난한 백인들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이다.

저자 J. D. 밴스는 힐빌리 출신의 32살 청년이다. 

저자인 밴스는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성공적으로 사회에 안착한 자수성가형 인물로,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으로도 볼 수 있다. 

 

내 기억에 남은 것 , 후기 

 

책의 본문에서 기억에 남은 문장은 특별히 없었다. 

오히려 추천사들이 명문으로 느껴졌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삶과 문화, 생각의 세계를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와 박근혜 같은 비극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 홍기빈, 글로벌 정치 경제 연구소장

 

나에게 밴스의 가족들은 정말 '낯설었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었으며, 밴스의 문장들은 나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거나,

꼰대가 하는 말처럼 느껴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특히, '요즘엔 고된 일을 기피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다. 이들은 좋은 일자리가 있어도 얼마 버텨내질 못한다.'라는 문장이 꽉 막힌 사람의 말이라고 느껴졌다. 너무 개인의 탓으로 치부하는 건 아닌가? 

물론 앞의 사례는 내가 봐도 심했다. 그리고 어쩌면 흔한 사례이기도 했다. 

앞의 사례는 쉬다온다면서 30분씩 사라지고, 무단결근을 하고, 그러다가 금방 잘리거나 금방 그만두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그저 개인이 게으르고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으로만 치부하는 느낌이 불쾌하게 다가왔다.

나도 몇 년 전,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하다가 너무 힘든 나머지 화장실에서 쉬고 싶었던 적이 있다. 

휴게실이 없었기 때문에, 쉴만한 곳이 화장실 뿐이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해 그냥 천천히 볼일을 보고 느리게 나오기로 생각을 고쳤었다. 

이런 작업 환경에서, 내 스스로가 너무 힘들 때, 꼭 참고 일하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은, 개선되어야 하며 젊은이들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발심이 생겨났다. 

또한, 여기서 '복지여왕'이라는 말이 나온다. 복지 여왕'이란 수십 개의 가명을 이용해 정부로부터 복지혜택을 받아서 캐딜락을 몰고 다닌다는 한 흑인 여성을 비꼬는 별명이라고 한다. 

다분히 '여성'을 가리키는 퀸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사용하는 점에서 나는 다시 찝찝해졌다. 

아무리 용어라지만... 굳이 다시 쓰면서 언어의 재생산을 할 필요가 있냐는 거다. 

어차피 성별을 가리지 않는 행위가 아닌가. 

 

그리고 이 책에서 전반적인 저자의 삶에서 '엄마'가 중요한데,

이 엄마가 정말 이해도 안 되고, 이해를 하라고 기술되는 인물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답답했다! 

애정결핍과 이성애 중심주의가 만난 삶이 끔찍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며, 

자아를 잃고 결혼하자고 하면 다 하는 듯한 저자 엄마의 태도가 이해가 안 되어서 정말 힘들었다...결국 난 끝까지 누구에게도 감정을 제대로 이입해보지 못했으며,저자의 삶에 대해서도 '그렇구나' 이외에는 든 생각이 없었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건 어쩌면 인종과 성별보다 더 큰 차별을 불러오는 거겠구나.

비교할 수 있는진 모르겠다.  

 

사족

424페이지, 약 4시간 30분 동안 읽었다. 

후반부는 그냥 기대되는 내용이 없었기에, 엄청 대충 넘겼는데도 독서시간이 꽤 길었다. 


《어느 사회에나 변두리 인생이 있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중심과 주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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