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5. 01:27ㆍ후기/책
별점 ★★★☆☆
읽게 된 계기
내가 읽고 싶은 책에 뒀던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도서관에 가서 둘러보다가 집었을 듯.
같이 동시에 빌린 책이 많아서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맛이라는 것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자 읽으려고 함.
책의 내용
그냥 맛이라는 게 얼마나 총체적인지 알려준다.
단순히 미각이 아니라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후각, 식감도 많이 관여하며
나의 경험과 기분은 물론이요 식기와 음악까지도
모든 것이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고 알려준다.
내 기억에 남은 것
미각이 사라지면 음식의 맛이 불쾌한 것이 아니라 음식 같지가 많다고 하는데
여기서 쓰인 서술이 '햄버거를 베어 먹는 순간 점토나 부드러운 플라스틱 알맹이가 입안에 가득한 느낌이 들었다.'이다.
이걸 보고 나는 도쿄 구울이 생각났다. 그 만화에서 구울이라는 종족은 인간을 먹는다.
인간의 다른 음식들에서는 맛을 느낄 수 없고, 오로지 인간을 먹을 때 맛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다.
그 만화의 주인공은 인간이었다가, 후천적으로 '구울'이 되면서 혼란을 겪는데
구울이 되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이 즐겨먹던 음식들을 다 먹어본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인간의 음식이 스펀지와 같이 느껴지거나 하며 그에 대한 '미각'을 상실했다.
그리고 인공감미료. 대부분의 인공감미료는 단맛 수용체뿐 아니라 쓴맛 수용체까지 자극해 쓴 뒷맛을 남김으로써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고 한다.
나는 각종 제로칼로리 음료수를 마실 때, 오히려 깔끔하는 느끼는 타입이라 신기하게 읽혔다.
역시 사람마다 확실히 다르구나.
나를 구성하는 것의 20분의 1 정도가 냄새 수용체라고 한다. 그만큼 '냄새'는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새는 캡사이신 반응 수용체가 없다고 한다. 신기하다.
높은 가격표가 진정 더 큰 기쁨으로 이끈다는 거 웃기다. 최근에 물건을 팔 일이 있었는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우선 올려놓은 뒤 상황에 맞춰 내릴 생각이었는데
그 가장 높게 해 놓았던 가격으로 바로 팔려서 신기한 기분이었다.
아 또, 식물이 스트레스받으면 2차적 화합물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맛과 영양소가 풍부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것
작년에 '맛의 배신'을 읽으면서 인공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자연식물식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걸 보면 결국 자연에서의 수많은 화학물질 중에 커다란 핵심 구성만 따와서 해당 과일의 맛을 낸다던가 하는 것일 뿐
결국 몸에 크게 해롭지는 않다고 하고 인공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 과연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문제라면, 그건 단순히 '음식'때문이 아니라
음식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게 더 큰 문제는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나에게 영향을 끼친 점
단순히 자연이 더 좋다는 생각에 근거가 더 생겼다.
나는 자연이 더 정성이 들어갔기에 끌리는 것 같다.
'스토리'가 있는 느낌 ㅋㅋㅋ
대부분 큰 틀은 얼추 알던 내용이라 크게 새로울 건 없다.
사족
책에서 인물을 설명할 때 그 사람들의 외형을 자꾸 설명을 하는데
유독 여성의 외형을 설명할 때에는 날씬하다, 균형 잡힌 몸매, 작은 여성, 이런 식으로 서술하는 게
불쾌했다. 쓸데없는 남의 몸 평가를 내가 왜 읽고 있는가 생각이 들어서 읽을 때 짜증이 났다.
그리고 책의 머리말에서는 인간의 미각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나르시즘적인 서술을 해놨고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발언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이것도 초반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가 바로 이전에 읽은 책이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종에 대한 장벽을 내가 많이 허문 탓도 있다.)
하지만 책의 본문에서는 인간 외 동물들의 미각에 대해서도 서술을 약간 하고 있었다.
초반의 인간중심 나르시시즘적인 서술을 독자가 인간이라서, 자아도취를 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인 건가 싶다.
「어쨌든 불쾌한 맛이 조금 있을 때, 음식의 전체적인 맛은 풍부해진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냄새 분자가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냄새 규명이 어려운 한 가지 큰 이유는 뇌가 냄새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 시각이나 청각을 처리하는 방법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평범한 코에 비범한 재주를 부여한 것은 그저 남보다 조금 많은 냄새에 대한 경험이다.」
「지각 과학자들은 음식의 맛이 실제로 그 음식 안에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대신 한 번 베어 물 때 느껴지는 전 영역의 감각을 이용해 마음속에 맛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이라 강하게 기대하면, 그대로 되는 법이다.」
「맛이 음식에 있지 않고, 더더군다나 입이나 코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살아 있다는 개념은 충분히 놀랄 만한 것이다.」
「보다 높은 수준의 사고 프로세스는 우리가 맛 지각을 받아들이는 방법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각 그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사고 그 자체가 우리 맛 감각 중의 하나라는 말이다.」
「어떤 맛에 칼로리가 수반함을 알고 나면 그 맛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맛은 무시하게 된 것이다.」
「음식에 대한 갈망은 그들에게 감각의 프레임을 만들어서, 후각과는 상관없이 만족을 얻으려는 쓸데없는
희망으로 먹기를 계속하게 한다.」
「맛 분자들은 물보다는 지방에 더 쉽게 용해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고지방 음식은 자신의 맛을 보다 천천히 방출하게 되고 그 결과
동일한 효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양의 맛을 필요로 한다.」
「성장 상태가 너무 좋으면 식물은 2차적 화합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모든 에너지를 가능한 한
빨리 자라는 데에만 다 사용해버린다. 오직 사용할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만 자신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투자한다. 」
「채소는 동일성을 확보하는 데만 상업적인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그 누구도 더 맛있는
채소를 생산하려는 의욕을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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